전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중심지인 미국 실리콘밸리에 기가비트급 인터넷 서비스가 도입된다.

기가비트급 인터넷 서비스는 최대 속도가 '초당 기가비트'(Gbps), 즉 1초에 10억비트나 이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현재 가정에서 많이 쓰는 인터넷 서비스보다 속도가 10∼100배 빠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통신업체 AT&T는 올해 12월이나 내년 초에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기가파워'라는 브랜드명이 붙은 기가비트급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서해안 지역에 기가비트급 인터넷 서비스가 진출하는 첫 사례다.

새너제이 서쪽의 위성도시인 쿠퍼티노는 애플 본사가 있는 곳이며, 인접 도시인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와도 가깝다.

AT&T는 이어 내년 상반기에 새너제이, 캠벨, 마운틴뷰 등 주변 도시로 서비스를 확장할 예정이다.

특히 월스트리트 저널, 새너제이 머큐리뉴스, 블룸버그 등 미국 언론매체들은 실리콘밸리가 구글의 본거지임에도 불구하고 구글 파이버보다 AT&T 기가파워가 오히려 먼저 진출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AT&T는 아울러 텍사스주의 샌앤토니오, 휴스턴, 캔자스주 캔자스시티, 테네시주 내시빌, 플로리다주 잭슨빌, 마이애미,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윈스턴-세일럼, 그린보로, 랄리-더럼 권역에도 기가비트 인터넷 서비스를 하기로 결정했다.

KT와 CJ헬로비전 등이 적극적으로 기가비트급 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투자를 해 온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 기가비트급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되는 도시는 많지 않다.

현재 ATT 기가파워는 텍사스주 오스틴, 댈러스, 포트워스에서, 구글 파이버는 캔자스주 캔자스시티, 텍사스주 오스틴, 유타주 프로보에서 이용할 수 있다.

미국에서 기가비트급 인터넷 서비스의 보급이 느린 이유 중 하나는 똑같은 지역 내 가입자들이 사는 동네에 따라 차별을 받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들이 관할 구역 내 대부분에 망을 깔도록 요구하는 엄격한 규제를 실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글과 AT&T는 가입자들로부터 사전 예약을 받아 수요가 많은 곳을 파악하고 지방자치단체 규제당국의 특별 허가를 받는 방식으로 특정 동네에 기가인터넷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