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4일 자율형 사립고 운영성과 종합평가 결과를 발표, 자사고 지정취소에 강력 대응하고 나섰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모교에 대해서도 메스를 대는 아픈 마음을 안고 이 자리에 섰다"는 말로 자사고 폐지에 대한 굳은 의지를 드러냈디.

그러나 현재의 교육현실에 비쳐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교육부는 서울교육청이 자사고 지정취소 협의를 신청하기도 전에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재평가와 지정취소를 위법하다고 보고 협의에도 응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지정취소를 강행하면 시정명령까지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서울교육청은 협의해 줄 때까지 계속 시도하면서 원만한 해결을 모색한다는 기본 원칙을 세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에 대비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정 취소 절차가 시작될 자사고 8곳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등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종합평가 결과 발표에 따른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는 지난 1일 조 교육감의 자사고 재평가와 지정취소가 교육감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지정취소 협의를 반려할 뜻을 밝힌 바 있다.

반려는 법원에서의 '각하'에 해당하는 것으로, 협의 신청 자체가 위법·부당한 사항이 포함돼 있어 아예 검토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반려에도 불구 서울교육청이 자사고 지정취소를 강행하면, 지방자치법에 따라 시정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이마저도 서울교육청이 따르지 않으면 관련 규정에 따라 자사고 지정취소를 취소한다는 입장이다. 

조 교육감의 자사고 지정취소를 교육부가 취소하면 지정취소의 효력이 무효가 돼 해당 자사고는 2016학년도 이후에도 자사고로서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단 이 경우 서울교육청은 교육부의 취소처분에 대해 15일 이내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대법원이 조 교육감의 손을 들어주는 판단을 하기 전까지 교육감의 자사고 지정취소는 효력을 잃게 돼 교육감으로서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실익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

교육청은 이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 교육부의 취소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서울교육청은 기본적으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는 자사고 지정취소가 교육부 장관과의 협의 절차를 두고 있을 뿐 최종적으로 교육감의 권한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운영성과 종합평가도 '재평가'가 아닌 기존 평가 결과까지 아우르는 '종합평가'로 보고 교육감의 정당한 권한에 따른 평가인 만큼 교육부가 지적한 위법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교육청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교육부가 협의 신청에 응하지 않더라도 교육부에 협의 신청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교육부장관과 협의해야 한다'는 절차를 준수한 것이어서 지정취소를 강행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는 확보했다고 보고 있다.

교육부의 시정명령에도 서울교육청이 응하지 않아 교육부가 직권으로 자사고 지정취소를 다시 취소할 경우에는 서울교육청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교육부의 개입에 불복하는 기관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런 이유로 교육부와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를 둘러싼 힘겨루기는 결국 법정다툼으로 비화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서울교육청은 "교육감이 교육부 장관에 협의 만남을 제안한 만큼 교육부에서도 전향적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교육부에서 응하지 않더라도 한 번에 끝내지 않고 계속 협의를 시도하겠다"고 밝혀 교육부와의 원만한 해결이 기본 원칙임을 강조했다.

교육부와의 힘겨루기와는 별개로 서울교육청은 자사고들의 반발도 뛰어넘어야 한다.

8개 자사고는 서울교육청의 청문 절차에 일절 응하지 않을 것임을 밝히고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이미 서울지역 25개 자사고 교장들로 구성된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는 지난 2일 한자리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서울교육청의 결정에 대해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내고 행정소송도 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접점을 찾기 어려운 사안인 만큼 법정다툼이 불가피한데 교육청이나 자사고 어느 쪽도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 역시 결국 대법원까지 이어지는 기나긴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자사고들이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자사고 지정취소 효력은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정지되겠지만 자사고로서의 존속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학생과 학부모, 자사고를 준비하는 중3 입시생의 불안은 가중될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법원이 설령 자사고들의 손을 들어준다 하더라도 해당 자사고들의 입장에서는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밖에 없다.

당장 지정취소 기로에 놓인 8개 학교는 오는 11월 2015학년도 입학전형 원서접수를 앞두고 치명타를 입게 됐다.

지정 취소되더라도 2015학년도 신입생까지는 자사고에 입학하게 되지만 존속이 불투명한 자사고에 일반고보다 3배 비싼 등록금을 내고 입학하려는 신입생이 많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는 이날도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발표로 인해 학교 명예가 훼손된 데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평가와 관련된 모든 정보 공개와 교육감과의 조속한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사실상 입시위주로 운영되는 자사고가 고교서열화와 교육양극화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반대 여론은 교육청의 발표에 적지않은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권학교폐지 일반학교살리기 국민운동은 "자사고는 법에도 없는 학생선발, 교육과정자율권, 등록금책정 등의 특권을 누리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입시몰입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며 폐지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일반고가 황폐화되면서 이를 보다 못한 대다수의 국민들이 자사고 폐지를 요구하고 있고 이를 공약한 교육감이 선출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