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0일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돌발적이고 납득하기 어려운 초유의 '항명 사태'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김 수석이 전날 김기춘 비서실장의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 출석지시를 거부한 채 사퇴, 정국에 메가톤급 파문을 불러일으킴에 따라 정치적 파문확산을 막기 위한 사태수습에 나선 것.

특히 이번 항명파동이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온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청와대 보좌진은 주말임에도 대책회의를 갖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이날 수석회의를 소집하지 않았지만 오전 일찍 출근해 김 수석이 전날 제출한 사표를 검토한 뒤 서류를 작성해 박 대통령에게 올렸다.

박 대통령이 이를 재가함에 따라 김 수석은 이 날짜로 면직 처리됐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 수석의 사표가 항명 사태 바로 다음날 오전에 '속전속결'로 처리된 것으로 봐서 이번 파문을 조기에 수습하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김 실장은 이밖에도 언론 보도의 방향 등 이번 사태와 관련한 각종 보고를 받고 종일 수습책을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년 회견의 주무 부서인 홍보수석실도 윤두현 수석이 주재하는 자체 회의에 소속 비서관 5명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대책을 논의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진행되던 김 실장 주재 수석회의가 지난해 말부터 토요일에는 없어졌는데도 홍보수석실 차원에서는 일종의 비상소집인 셈이다.

회견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회견장 자리 배치와 진행 순서 등 회견 전반을 조율하는 측면도 있지만, 이번 사태 대응 및 수습책을 논의하는 성격이 더 크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동안 청와대 내부에서는 문건 파동으로 인해 불거진 인적쇄신론에 대해 "국면전환용 인사는 없을 것"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여왔지만, 이번 항명사태로 인해 박 대통령이 김 실장의 거취를 포함해 청와대 비서진 개편까지 언급해야 한다는 압박이 더욱 심해졌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홍보수석실의 한 인사는 "여기서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인적쇄신 등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 만큼 거기에 대한 대응책을 면밀히 여러 가지로 검토하고 있다"며 "다른 수석실의 경우 전원 출근한 건 아니지만 이번 사태가 신년 기자회견과 맞물려 있으니 단위별로 모여 대책을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