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 여부를 놓고 첨예하게 충돌했던 새누리당의 '사드(THAAD·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의원총회'가 1일 정작 판이 펼쳐지자 예상과 달리 싱겁게 끝났다.

당초 의총 개최 여부를 놓고 찬반의견이 맞서 격론이 예상됐지만 전망은 빗나갔다. 북핵 억지력이 필요하다는 데 원칙적인 공감대를 확인하는 선에서 토론이 마무리됐다.

열기도 뜨겁지 않았다. 의총은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됐지만 끝날 때까지 3시간여동안 자리를 지킨 의원은 30여명에 불과했다. 중간에 빠져나온 의원들은 "내용이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총을 열어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비롯해 공무원 연금 개혁, 어린이집 폐쇄회로 TV(CCTV) 설치를 위한 영유아보육법, 북한인권법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취임 이전부터 사견을 전제로 사드 배치를 주장한 유승민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개인적 차원에서 의총 주제를 정한 게 아니다. 나 개인의 주장을 고집하지 않는다"며 "국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기 때문에 집권여당 의총에서 당연히 논의할 수 있는 문제고,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의견이 집약되면 청와대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비공개 토론에선 공론화 반대 입장을 일찌감치 밝힌 친박 주류 윤상현 의원만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고, 나머지 대부분 의원들은 사드 도입 필요성에 원칙적 공감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사드 자체가 한국 외교의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현안인 만큼 격렬한 찬반 토론이 예상됐지만, 최근 정부가 '미국의 사드 배치 요청이 있으면 국방부의 군사기술적 검토에 이어 국가안전보장회의 종합 검토 등의 순으로 내부 논의를 진행할 것'(윤병세 외교장관)이라는 입장으로 정리된 입장을 내놓으면서 의총의 논란 소지가 없으진 면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윤 의원은 의총 발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드 배치를 갖고 정치권에서 논란을 지피는 게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며 "사드는 하나의 이론에 불과하고 검증된 무기체계가 아니다"고 우려를 표했다.

윤 의원은 "갑론을박하면 우리 정부의 주도권이 없어지고, 스스로 안보비용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정부가 판단하겠다고 하면 믿고 따라줘야 하고, 모호성 전략이라 비판을 받더라도 그 전략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의원은 "외교 전략에 있어 치우친 외교가 아니라 균형잡힌 외교가 필요하다"며 미·중간 균형 외교 필요성을 지적했다고 한다.

나머지 발언자들은 대부분 북핵 억지력 확보 차원에서 사드 필요성에 동조하는 수준이었다는 전언이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인 김종훈 의원은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의 공격에 대한 억지 능력은 있어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사드든 무엇이든 심각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군기무사령관 출신인 송영근 의원은 "야당이 사드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제주도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것과 같은 논리"라며 새정치민주연합을 비판했고, 예비역 육군중장인 한기호 의원 역시 "중국이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것은 북한을 대변하는 논리"라며 사드 배치를 강하게 옹호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방위원장인 황진하 의원도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선 비용과 시기적 적절성, 작전상 고려 등이 다 고려돼야 한다"며 "북핵 억지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의원은 특히 "야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여당의 입장도 있어야 하지만, 정치적 공론화는 이 정도에서 하자"며 "자세한 것은 국방위에서 보다 전문적으로 다루겠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유 원내대표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사드 의총까지 감행한 가장 큰 이유는 야당이 일관되게 공개적으로 사드를 반대하고 그 이유도 중국과 북한의 논리와 너무 흡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여당이 침묵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의총을 열었고, 우리 나름대로 논리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게 받아들인다. 오늘 의견은 조용히 부처에 전달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현주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갑론을박이 있었음에도 북한의 무력 위협이나 도발 가능성에 대해 나름 방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데에는 의견 합의를 이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