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10만 달러(약 1억원)를 건넸다는 언론과의 통화내용이 사실이라면 충격적이다.

김 전 실장은 전면부인하고 있지만, 이 문제는 정치권 및 재야세력에 일파만파(一波萬波) 쟁점사안으로 떠오를 핫 이슈다.

더욱이 성회장이 자살하기 전 언론과의 통화에서 지난 2006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독일을 방문할 때 김 전 실장에게 10만 달러를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전달했다는 폭로는, 죽음을 앞에 둔 폭로(?)란 점에서 주목된다.

더욱이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도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7억 원을 건넸다는 주장도 살 떨리는 얘기다.

모두가 박대통령의 전 비서실장들이어서 자칫 이 문제가 대통령과의 연계를 둘러싼 의혹이 증폭될 경우,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문제는 성회장이 자살을 목전에 두고 이런 사실을 밝힌 이유가 무엇인가다.

검찰조사에 완강하게 부인한 성회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는 점과, 이미 사전구속영장으로 본인이 자원외교 희생물(?)로 타깃이 되었다는 점에 양심선언이라도 한 것인지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사건의 초점은 성 회장이 밝힌 수억 원의 돈을 무슨 명목으로 주었느냐다. 만일 박대통령의 선거 자금으로 썼다면 이 문제는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단지 이 사실을 밝히고 죽은 성회장의 증언을 들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결국 묻혀 질수밖에 없다고 본다. 쉽게 말해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망자의 증언이 언론의 기자에게 전달될 만큼, 5천만 국민들의 시선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역대 관행이 재계 인사를 정치권에 끌어들여 정치자금을 형성했던 전례에 비춰 이번 사건의 ‘오해와 진실’은 양심이라는 잣대와 과거 관행의 틀에서 빚은 구태의 유물이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가 어떤 각도에서 어느 정도 파장이 일 것이냐에 따라, 한달도 채 안 남은 재보선 선거에 중요한 잣대로 작용될 것으로 짐작된다.

“받았다, 줬다”는 진실게임 이전에 왜 성회장이 이런 내용을 폭로 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성회장이 죽음을 담보로 거짓 증언을 했다면, 이유가 명확하게 나와야 한다.

혹자가 자신의 억울함을 나타내기 위해 죽음과 거짓증언을 맞바꿨다면, 정말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다.

그 것도 국회의원을 지낸 성회장이 박대통령의 최측근인 전 비서실장 같은 편(?)을 ‘뇌물전달자’로 몰아갔다는 폭로는 납득하기 어렵다.

아니면 그동안 당에 희생한 대가에 견줘, 성회장 자신만 희생물로 몰고 가는 마녀사냥에 홧김에 저지른 거짓 증언이라고 해석해도 이를 믿을 국민들이 몇이나 될지 의심스럽다.

성회장의 죽음은 미스터리(mystery) 이전에 그가 왜 폭로대상자를 대통령 전 비서실장들로 겨냥했는지를 되짚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