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총리는 아직 사표가 수리된 총리는 아니지만 국무회의를 주재를 최경환 부총리가 대신함으로써 사실상 물러난 총리가 됐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휘말린 이 총리가 어제(20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퇴 의사를 전격 표명한 것은 더이상 국정에 부담을 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초 여권에선 박 대통령이 남미 순방을 마치고 27일 귀국하기 전까지는 이 총리가 국정 운영을 총괄하는 책임을 맡았기 때문에 그 안에 사퇴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뤘다.

이완구 총리도 4.19 기념식에 참석해 대통령이 해외순방중인 만큼 흔들림없이 국정을 챙길 것이라며 야권의 사퇴요구를 거부해 왔다.

그러나 일주일은 기다려야 한다던 김무성 대표와 새누리당의 입장이 20일 급선회하면서 버티겠다던 이완구 총리의 태도도 함께 급변했다.

또 새정치민주연합이 해임건의안을 23일 본회의에 단독으로라도 보고하기로 하고 발의를 추진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인 데 영향을 받았은 것으로 분석된다.

비록 야권의 압력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 총리의 사퇴표명이 20일 밤 늦게 전격적으로 이뤄진 데는 '성완종리스트' 파문이후 대정부 질문 과정에서 보여준 이완구 총리의 거듭된 말바꾸기가 불러온 '설화(說禍)'로 보는게 정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성완종 전 의원과 별다른 관계가 아니라는 이 총리의 해명 발언에 대한 반대 증거들이 자고나면 터져나왔다.

2013년 재보선에서 성 전 의원과 만나지 않았다는 이총리의 발언에 대해 이총리와 성 전의원이 독대한 사실을 이 총리의 전 운전기사가 폭로했다.

또 그동안 몇차례정도 만났다는 이 총리의 발언은 며칠후 지난해 수십차례 만난 사실이 모임기록을 통해 드러났다.

더욱이 어제(20일) 성완종 전 의원과 지난해 3월부터 1년 동안 모두 217차례 통화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총리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국정 2인자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비아냥이 이미 한계를 넘은 상황으로 파악했고 20일 당과 청와대는 전격적인 사퇴압력(?)을 이 총리에게 넣은 것으로 관측된다.

형식은 '전격 사퇴표명'이지만 내용적으로 '해임'이라고 봐도 무방한 상황.

이완구 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기자에게 말한한 과도한 언행때문에 곤욕을 치르더니 이번에는 성완종 전 의원과 관계에 대해 여러번의 말바꾸기로 낙마했다.

두번에 걸친 설화로 '깊은 내상'을 입은  이 총리가 과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