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간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는 공무원연금개혁실패 결과를 두고 정가에서 친박이 청와대를 부추겨 발생한 음모론이라는 말이 돌고 있어 주목된다.

작금의 공무원연금개혁관련 정국의 파행이 청와대와 친박의 합작품(?)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 친박의원들이 대거 연루된 성완종리스트 사건 파문으로부터 시각을 돌릴만한 전환의 카드가 절실히 필요했다는 점이다.

성완종게이트는 4.29 재보선에서 여당의 승리로 다소 숨을 돌렸다고는 하지만, 홍준표 지사의 소환 등 후속 수사가 이어지고 있어 언제든 다시 '태풍의 눈'으로 부상할 개연성이 큰 사안이다.

더욱이 거론된 이들이 대부분 친박의 핵심인물인데다 비자금수수 제기시점이 지난 대선까지 포함돼 있어 자칫 정권의 위기로 번질 수 있어 친박과 청와대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처한게 사실이다.

청와대와 친박에게는 이러한 위기국면의 전환이 그만큼 절실했다는 뜻이다.

이와관련 여권의 한 의원은 "친박에게는 집권 후 최대의 위기 상황"이라며 "성완종 파문으로 내년 총선 공천에서도 멀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서 반전의 카드를 모색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둘째, 4.29 재보선 압승으로 비박계 수장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주가가 상한가를 치고 있는 마당에 공무원연금 개혁이 성사돼 김무성·유승민체제에 그 공이 돌아가면 친박은 공멸하게 된다는 위기의식이 작동했다는 분석이다.

협상당사자인 여당과 야당뿐만아니라 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 전 의원, 보수적인 시민단체까지도 "일정정도 성과를 낸 작품"으로 평했던게 금번 공무원개혁입법이었다.

그러나 청와대와 친박 의원들은 공무연연금개혁안이 여야간에 합의되자마자 추후 국민연금 개혁과의 연계에 합의했다는 내용을 구실로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친박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지뢰를 밟았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합의안을 즉각 철회하고 당과 국민에게 사과해라. 모든 직을 걸고 철회시키겠다”, 김태흠 의원은 “국민연금 연계는 혹 떼려다 머리만 한 혹을 붙인 꼴”, 이한구 의원은 “세금을 올리자는 것과 같다. 전형적인 포퓰리즘” 등의 발언들 쏟아냈다.

친박의원들의 이같은 공격 발언들을 곱씹어 보면 야당과 함께 이를 합의한 새누리당의 김무성·유승민 체제를 향한 공격임을 알 수 있다.

정가에서는 공무연원금을 포함한 연금개혁안이 다음정권, 20대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수 밖에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공무원연금 재협상이 어려운 것은 국민연금 연계안을 도로 집어넣을 수 없고, 그 탓에 야당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이유가 없다는 데 있다.

연금개혁의 판을 깨진 현 상황에 대해 일면 친박진영이 소기의 성과를 얻은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앞으로 누가 웃을지는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