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재보선 패배후 후유증에 몸살을 앓고 있다. 4석의 재보선 선거의 결과 치고는 다소 심한 후유증이다.
이는 그만큼 새정치연합이 위기에 취약하다는 방증이다.
문재인 당대표를 위시한 친노진영은 재보선 전패 이후 앞으로 어떤 후속대책을 내놓을지 대안제시가 체계적이지 못했다.
연일 문제를 제기하는 비노진영 또한 책임의식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원로들를 중심으로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당의 지도부인 친노의 수세국면을 이용해 헐뜯고 비방하는 모습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에 '친노'와 '비노'를 포함해 새정치민주연합과 야권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짚어본다.

첫째, 작은 차이로 분열하기 바쁘다.

여건 야건, 의원들간의 다양한 정치이념의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또 정치적 출신에 따라 계파로 나뉘고 노선도 다른 '차이'가 존재한다.
그런데 이러한 진영안에서의 차이에 대해 여와 야, 보수와 진보는 서로 다른 해법을 보인다.

야권의 경우 그동안 각기 다른 의견을 냈던 이들이 선거 등 주요 국면을 맞이하면 "누가 옳은지 국민에게 판단을 맡기겠다"면서 분열의 길로 나서는 경향이 있다.
어떤 이는 좁쌀만한(?) 생각의 차이를 침소봉대(針小棒大)해 "이 차이가 내 신념"이라며 탈당까지 감행하기도 한다.
탈당은 하지 않더라도 선거에서 남의 일 보듯 도와주지 않으며 방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 또한 친박과 비박의 주도권싸움이 만만치 않다. 보수적인 정치이념도 다소 시각이 달라 반대의견을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를 계기로 서로 충돌하는 양상도 빚어진다.
그럼에도 새누리당 의원들은 선거를 중심으로 강하게 결속하며 가능한한 이탈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진영안에서 서로의 '차이'에 대해 제어하고 관리하는 방법에서 이미 진보진영은 보수진영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둘째, 국민들에게 각인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체성이 모호하다.

국민들에게 지금까지 느껴지는 야권의 정체성이란 선거때 '여당 심판론'을 들고나오는 '새누리당에 반대하는 세력'정도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새정치를 말하며 지지와 '바람'까지 이끌었는데 이마저도 '일회성 구호'가 된 듯한 느낌이다.

그저 권력과 부를 가진 세력에 대해 다소 반대하는 세력정도로 미래를 이끌 지도세력으로서는 그 무엇인가가 결여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여야의 지지층을 모두 아우르는 공동의 사회적 이슈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대안을 내놓는 신뢰할 수 있는 공당의 정체성이 희미해졌다.
DJ이후 한결같았던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수권 정당'이란 명제도 지금의 현실에선 모호한 수사로 변모돼 버렸다.

셋째, '심판론'만 추종...선거전략 브레인이 부재하다.

새정치연합은 50년이상을 이어온 정당으로서 당의 강령과 정책, 법안발의, 제도와 정책들이 사실 다양하고 체계적이다.
의원 개인의 능력 또한 새누리당과 함께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산하 정책연구원을 통해 끊임없이 정책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이슈마다 의원들이 정책세미나나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모으고 입법준비를 행한다.
"밖에서 보면 쌈질만하고 노는것 같더니 안에 들어와서 보니 일때문에 날밤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고백하던 한 초선 의원의 토로는 신빙성없는 얘기가 아니다.

선거는 이런 사회문제를 이슈화하고 대안을 찾는 정책의 화수분이 돼야 한다.
그러나 선거가 시작 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으로 일관한다.
때문에 자신들이 그동안 준비한 정책을 알리고 앞으로 그리는 새로운 미래에 대한 제시는 뒷전으로 밀려 버린다.

아무리 좋게 보아도 '심판론'은 미래를 이끌 내용이 없기에 나올 수 밖에 없는 구태의연한 '상용멘트'다. 그럼에도 야권은 참 고집스럽게도 심판론을 제기한다.
대안과 미래, 지역현안에 대해 다소 억지(?)스럽지만 꾸준히 제기하는 새누리당의 공보와 심판과 반대를 부르짓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보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로 비쳐지기도 한다.

이는 곧 민심을 제대로 읽고 이를 정책으로 선거전략화하는 새정치민주연합내 선거브레인이 없거나 그 능력이 태부족함을 말해 준다.

넷째, 다채로운 대국민 홍보조직과 체계가 미흡하다.

지난해부터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소득주도성장론과 공정성장론, 복지성장론 등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다양한 정책과 담론이 쏟아졌다.
올해는 헌정사상 최초로 국회 전역에서 정책엑스포를 개최하기도 했다.
또 을지로위원회 등 각각의 사회적 이슈와 사안에 대해 치열하게 부딪혀 대안을 모색하는 건강한 조직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대외적인 오프라인과 인터넷, SNS 등 오프라인 홍보 등 있어 치밀한 당의 홍보전략 체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별반 갖고 있지 않다.
기억나는 새정치연합의 홍보멘트는 '심판론'뿐이다.
스스로 발굴한 어젠다를 대국민홍보전을 통해 이슈화해 정부여당을 압박할 수 있는 체계나 조직이 부족한 점은 정국을 리드하지 못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또한 선거 등 주요국면의 홍보전에서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새누리당의 홍보전략에 비해 열세를 보이기도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근본적이고 고질적인 문제의 해결은 '친노' '비노'가 우물안에서 골목싸움을 하면서 얻어질 수 있는게 아니다.
그들의 모든 역량을 모아도 시원찮을 판에 언제든 '분열'이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어떤이들은 실제로 실행까지 진행해버리는 '자기 맘대로 야권'에게 어느 유권자가 나라의 운영까지 맡기겠는가.

근본적 문제의 극복 없이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바라는 차기의 집권은 '일장춘몽(一場春夢)'에 불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