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전체의 문제…각 부처 의견 수렴해 공동 대응"

▲ 제정부 법제처장은 29일 국회가 행정입법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헌법의 범위를 넘어서 행정부를 통제하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제정부 법제처장은 국회가 행정입법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헌법의 범위를 넘어서 행정부를 통제하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29일 제 처장은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은 헌법에서 정한 권력 분립의 원칙을 훼손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제 처장은 "국회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정부의 행정입법권은 물론 사법부의 명령·규칙 심사권도 침해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법치주의의 근간인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제 처장과의 일문일답.

--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논란이 많은데.

▲ 이번 국회법 개정안의 핵심은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것은 헌법에서 정한 권력 분립의 원칙을 훼손한 것이다.

헌법 제75조를 보면 대통령이 대통령령을 발령할 수 있고, 헌법 제95조를 보면 장관이 부령을 발령할 수 있다. 이것은 헌법이 행정부에 부여한 고유권한이다. 법률에서 모든 세부 사항을 규정할 수 없어서 행정부에서 필요한 사항은 법률의 범위 내에서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렇지만 국회가 법령에 대한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헌법의 범위를 넘어서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한 장치를 만든 것이다. 입법부가 이 같은 방식으로 행정부를 견제한다면 행정입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

-- 국회법 개정안이 사법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말이 있는데 무슨 의미인가.

▲ 우리 헌법 제107조 2항을 보면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지에 대해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이 있다. 이것이 바로 법원에 의한 명령·규칙 심사권이다.

다시 말해 대통령령이나 부령이 상위법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법원에 의한 통제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개정안은 국회에 의한 사전통제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헌법이 사법부에 부여한 명령·규칙 심사권을 간접적으로 침해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국회법이 헌법 위에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 이번 국회법 개정안에서 입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법령의 범위가 어떻게 되나.

▲ 국회법 개정안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 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이라는 표현에 주목해야 한다. '등'이란 말이 들어가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뿐만 아니라 하위 법령인 고시나 훈령까지 범위가 넓어진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 경우 각 부처 장관의 자율성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가 있다.

-- 국회법 개정안이 실제로 정부 업무 처리에 지장을 줄 수 있나.

▲ 법률안 처리가 늦어질 경우 정부가 먼저 행정입법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국회가 이미 시행하고 있는 시행령에 대한 수정이나 변경을 요구한다면 이를 따라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법률이 위임한 범위 내에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인데, 국회가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 경우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적기를 놓칠 수 있고, 업무의 효율성이나 정책의 일관성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법적 안정성은 법치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다. 국회가 갑자기 이미 시행되고 있는 법령을 고치라고 한다면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

-- 정치권에서는 법령이 상위법에 어긋날 경우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고 반론을 펴는데.

▲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은 굉장히 많다. 국회 대정부질문도 있고, 국정감사도 있고, 국정조사도 있다. 국회에서 예산안을 처리하는 것도 정부를 견제하는 수단 가운데 하나다. 헌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제도를 통해서 충분히 통제수 있다는 말이다.

--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한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대처방안은.

▲ 이 문제는 특정 부처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부 전체의 문제다. 개정안이 정부로 넘어오면 법제처는 입법을 총괄하는 기관으로서 각 부처의 의견을 수렴하고, 헌법학자의 의견도 들어 공동 대응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