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안동에서 도산서원과 하회마을, 고택 등을 돌아보며 유교문화를 체험하고, 내일은 청도에서 돈을 걸고 소싸움을 즐긴다.'
경북 안동시와 청도군이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공동으로 마련한 관광프로그램이다.

유교문화의 중심 안동시와 소싸움의 고장 청도군은 지난 2월 이런 내용을 담은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문화와 자연 등 보유 자원을 활용해 서로 '윈-윈' 하자는 차원에서 나온 방안이다.

두 지방자치단체와 같이 상생을 위한 지방자치단체 간 손잡기가 최근 줄을 잇고 있다.

그동안 협약을 통한 지자체들의 교류는 친목이나 일회성 성격이 강했다. 지금은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받는 '실용 교류'에 무게가 실렸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인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20년 지나면서 달라진 모습이다.

안동시는 지난 3월에도 대구시와 업무 협약을 했다. 체류형 통합 관광코스를 개발하고 각종 관광 정보를 공유하는 내용을 담았다.

대구 도심·근대 관광자원과 안동의 유교 전통문화 자원을 활용해 두 도시를 연결하는 3박4일 일정의 특화된 관광상품을 개발하려는 취지에서다.

광역지자체는 경기와 강원, 경북과 전남의 상생협력이 눈에 띈다.

소속 정당이 다른 최문순(새정치민주연합) 강원도지사와 남경필(새누리당) 경기도지사는 지난 4월 20일 강원도청에서 상생 발전을 위해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했다. 소통과 교감을 통해 더 넓은 미래로 나가자는 염원에서다.

두 지역은 협약에 따라 ▲ 군사 시설 규제 합리화·경제생활권 협력사업 발굴 지원 ▲ 경계생활권 구성 및 협력사업 발굴 지원 ▲ 농·수·특산물·문화·관광분야 교류 활성화 ▲ 공무원 인적교류 협력 등 14개 분야에서 공조하게 된다.

경기도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위해 각종 매체를 통한 홍보와 함께 자원봉사자, 소방·안전 분야 우수 인적자원 지원 등을 약속했다.

지역감정의 대명사인 경북도와 전남도는 동서화합의 상징이 되어 간다.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단체까지 다양한 계층과 분야에서 우호협력이 이뤄진 덕분이다.

두 지자체는 지난달 3일부터 2박 3일간 구미에서 '경북·전남 생활체육 교류전'을 했다. 5월 26일에는 두 광역의회가 경주에서 합동 연찬회를 열었다.

도의회 합동연찬회가 열리던 날 민족통일대구시협의회는 경북대에서 수학 중인 호남지역 교환학생을 초청해 환영행사를 했다. 4월에는 경북도와 전남도 공무원 자전거동호회 회원들이 140㎞ 영산강 종주에 나섰다.

특히 두 광역지자체는 박정희·김대중 산업단지 조성 등 9개 '상생발전' 시범사업을 올해부터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주변에 '전남도민의 숲', 전남의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 주변에 '경북도민의 숲'을 각각 조성한다.

이웃 지자체 간 상생 협력 움직임은 전국 곳곳에서 유행처럼 확산한다. 경북 포항시-경주시, 광주 남구-전남 나주·화순, 강원 철원-경기 연천, 경북 김천-전북 무주군-충북 영동군, 전북 익산시-충남 논산시·부여군·서천군, 대구시-경주시 등이 대표 사례다.

서로 손잡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자는 노력은 인접 지자체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멀리 떨어져도 서로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품앗이'를 하거나 손잡는 사례도 많다.

경북도·울릉군과 전남도·신안군이 눈길을 끄는 '원거리 상생' 모델이다. 두 지역은 국토 최동단인 독도와 최서남단인 가거도 주민의 교류와 지역특산품 판매 활성화를 위해 협력한다.

충북도 제천시와 경기도 안산시도 지난 4월 자매결연을 했다. 행정은 물론 경제, 교육, 문화, 관광, 유통 등 전 분야에 걸친 활발한 교류를 위해서다.

충북 제천·단양, 강원 영월·평창, 경북 영주·봉화 등 3개 도 6개 시·군은 구인·구직, 중고거래, 알뜰정보를 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경기도 광명시와 가평군은 양쪽의 관광명소에서 상대방 관광지를 안내하거나 특산물을 판매하는 등 상호협력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여러 지자체가 동반자로서 힘을 합치면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인식이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한 결과다.

충남대 육동일(자치행정학과) 교수는 6일 "지자체 간 교류협력을 활발히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행정구역에 갇혀 교류협력을 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교류협력 협약 등은 전시성이나 일회성에 그치지 말고 소득증대와 일자리창출 같이 주민에게 실질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성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