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내국인 대상 해킹 의혹 진상규명을 위해 27일 오후 소집된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는 시종 긴장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특히 여야 의원들은 국정원의 현안보고 내용을 놓고 엇갈린 평가를 내놓으면서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국정원의 현안보고가 '상당히 설득력 있고 상식적'이라며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 자신한 반면, 새정치연합은 국정원에 요구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국정원의 진상규명 의지에 대해 불신을 드러냈다.

국회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정회 때 회의장 밖으로 나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정원으로부터) 고개를 끄덕끄덕할만한 설명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느끼기에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상식적으로 들어보면 맞는 설명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도 정회 때 기자들과 만나 "자료 제출은 처음부터 로그파일 원본 (제출)은 안 된다고 국정원에서 얘기했고, 우리도 (그 부분에 대해) 단호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그대신 오늘 삭제한 부분에 대해 충분히 설명이 있었다"면서 "누구나 전문가가 아니라도 '그런 내용을 삭제했구나' 알 수 있게 (국정원이 설명을)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국정원이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무조건 믿으란 식'이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정보위 소속 새정치연합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자료제출이 사실상 없었다. 우리가 총 34개 요구 했는데, 몇 개에 대해 답변이 왔는데 '해당무'라고만 왔다"면서 "이병호 국정원장은 자료제출에 노력하겠다는 뻔한 얘기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광진 의원은 정회 중에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이) 아무 근거도 없이 믿어달라고 한다. 실시간 도청도 안 된다고 믿어달라고 한다"면서 회의장을 가리키며 "지금 저 안은 교회다. (무조건) 믿어달라고만 한다"고 꼬집었다.

박지원 의원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직원 임모 과장이 생전에 삭제한 자료가 총 51건이라는 국정원의 보고내용과 관련 "전문가가 아니어서 구체적으로 모르겠다"고 국정원 보고내용을 완전히 수긍하지는 않았음을 시사했다.

한편, 이날 회의는 철통 경비 속에서 막이 올랐다.

전체회의가 열리기 약 10분 전 이 국정원장이 새누리당 소속인 주호영 정보위원장과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 의원,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권성동 의원 등과 잠시 환담한 뒤 새정치연합의 정보위 소속 의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정보위 회의실로 이동해 오후 2시께부터 현안보고를 곧바로 시작했다.

회의는 의원 및 국정원 관계자의 모두발언이 일절 공개되지 않고 시작부터 곧바로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회의가 열리는 동안 정보위 회의장 주변 곳곳에 배치된 경호원들이 삼엄한 경호를 펼쳤다.

이날 국정원은 회의에서 임모 과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삭제한 자료가 모두 51개로, 이 가운데 대북·대테러용이 10개, 국내 실험용이 31개, 대북 감시용 등목적으로 해킹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것이 10개였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