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의 거목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가 향년 78세로 별세했다.

전남 고흥출신으로 민주당을 이끌었던 정치인으로서는 한세대 큰 획을 그었던 인물이다.

13~16대 18대 5선으로 김대중 정부시절 법무부장관, 새천년민주당 원내대표를 맡으면서 파란만장한 정치판을 누볐던 민주당의 뿌리였다.

그 시절 박 의원을 달래줄 위안은 담배였다. 하루 3갑의 속칭 ‘골초’로, 수많은 고민과 번뇌를 담배 한모금에 위안을 삼았던 애연가다.

2012년 4.11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그가 느낀 당시의 정계는 민주당 붕괴로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것을 느꼈던 터다.

결국 노(老)정객은 “안철수 현상, 국회밖 세력의 기대는 실망에 따른 반작용”이라는 거품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영원한 맞수 동갑내기이자 대학동기인 박희태 전국회의장과의 여야 시절의 밀당(?), 그리고 여의도 정치 동반퇴장을 한 공동체 운명을 보았던 국민들 뇌리에 스치는 것은 진정한 여야 맞수였다는 추억이다.

특히 여야의 명 대변인으로 각자의 특유한 제스처(gesture) 그리고 몸 놀림에서 오는 진한 정치적 대립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기념비다.

그러나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돈에 연루된 불명예퇴진 이었지만, 박 전 대표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떠난 ‘아름다운 퇴장’이었다.

“내가 원내총무 땐 국회 파행 없었다”라고 말한 박 전 대표는 늘 상 “토론-협상하고 합의 반드시 지켜라”는 게 정치 소신이었다.

한 줌 흙으로 돌아갈 육신은 떠났지만, 그의 정치적 영혼은 후배들에게 항상 일깨워주는 민주당 철학이 영원히 남겨져 있다는 점에서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