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차 세계대전 종전과 광복 70주년이 되는 올 해, 일본 아베 총리의 담화예고에 세계 각국은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낸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아베 정부는 종군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고, 과거의 역사인식에서 필연의 역사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독도·조어도 등에서 영토분쟁까지 확대해 나가며 주변국의 공분을 샀다.

때문에 세계 각국의 지도자를 비롯해 일본내 양심세력까지 아베담화에 우려를 보냈고, 발표하려면 과거사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이 전제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4일 발표된 아베담화는 과거사에 진심어린 반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우리 한반도에 대해서는 잔혹할 정도였다.

70년간 침략행위를 일삼았고, 35년간 식민통치로 온 강산을 유린했던 한국에 대해서 직접적 사과언급이 없었던 점은 실망을 넘어 모욕적이었다.

오히려 아베 총리는 담화를 통해 식민통치를 '제국주의 시기에 발생했던 필연의 역사'였다는 궤변까지 늘어놓았다.

그는 자신들의 식민통치가 "러일전쟁이 식민지지배하에 있던 많은 아시아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웠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이 아시아인의 보호자로서 서구의 침략을 막아내고 독립과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는 이른바 ‘대동아사관(大東亞史觀)’이 일본정부의 공식적인 역사인식이라는 점을 만천하에 공포한 것이다.

또한 전체적으로 유체이탈 화법과 모호한 표현으로 가해의 주체를 은폐했다. 특히 자국의 피해를 세세하게 거론함으로써 가해자와 피해자를 헛갈리게 하는 물타기 수법도 동원했다. 수천만의 아시아 민중이 일본 침략에 희생되었음에도 유독 자국민 300만이 목숨을 잃었다거나 원폭피해의 참상만 강조한 사례가 그러하다.

이렇듯 철저히 왜곡된 아베 담화는 얼마전 박근혜 대통령 까지 나서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했음에도 나온 결과라 더욱 참담하다.

이토록 우리나라를 무시하면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승전국인 미국과 강국인 중국은 몰라도 한국에게까지 굳이 사과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아베정부의 노골적인 태도가 반영된 것이다.

일본 정계에서 조차 '한국엔 쌀쌀하고, 중국엔 몸을 숙였다'는 표현으로 아베의 담화를 평했을 정도다.

지난 3년동안 한일관계를 경색시키면서 노력했던 우리 정부 외교적인 노력도 결과는 허사로 돌아왔다. 이를 외교전략의 참패라기보다 한계라고 평한다.

히토야마 전 총리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내한해 서대문형무소 추모비에서 무릎꿇은 것과 일왕이 도쿄에서 개최된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깊은 반성"을 언급한 것이 그나마 위안일 뿐.

이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에서 우리가 얻을 것은 없다.

세계의 동맹세력과 아시아 2차세계대전 피해국가, 일본내 양심세력과 연대해 아베와 그를 추종하는 세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물리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