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현 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 회장(前 정보통신부장관)이 2일 별세했다.

새해 들어 37년생이면 올해로 80세다. 지난해에도 방송통신대연합회 회장으로 왕성한 활동을 해, 갑작스런 죽음에 그를 아는 모든 IT인들은 ‘한국의 IT 별’이 졌다고 아쉬워했다.

한국의 전자통신 분야의 연구를 총괄하는 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시절, 새벽에 연구소를 ‘깜짝 순시’하던 그의 열정은 유명했다.

새벽 1~2시 연구소에 비상을 걸어 총체적인 ETRI 상황을 점검했던 일은, 아직도 많은 이들의 입에서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고집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였다. YS시절 1대 정보통신부장관에 발탁됐던 그는 이미 차관을 거쳐 행정업무에 빠꼼이(?)였다. 해서 체신부와 정보통신부를 연계하는 행정에 깔끔함을 보였다. 통신정책에 외부입김(?)을 차단, 철저한 본인 스타일로 운영했다.

그런 그가 정보통신부장관을 맡을 시절에는 미래 ICT분야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미리 내다보고 있었던 인물이다.

해서 YS정부시절 정보통신부가 신설되면서 그 자리 장관에 앉게 됐다는 것은, 그 만큼 경 전 장관을 YS정부에서 신뢰했다는 평가다.

그는 정보기술의 흐름을 정확하게 간파했다. 미래 인공지능(AI)과 이동통신기술로 한국을 빛냈던 CDMA(부호분할코드접속방식) 등의 연구개발에 앞장선 장본인이란 점에서 돋보인다.

카리스마적인 자세에서 뿜어 나오는 강한 기질은 한국의 IT기술이 세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한번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독하게(?) 추진했던 그의 성격이었다.

정치는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ICT 한 우물만 파는데 팔순나이와 맞바꿨다.

한 때는 장미냄새를 풍기며 파이프담배를 즐겼던 애연가다. 술 또한 주량이 대단했다. 손에 잡은 잔을 놓지 말고 상대편에게 바로 권하는 일명 노털칵(놓지말고 털지말고 단번에 마시기)은 그가 만들었던 신조어다. 그 만큼 풍류를 즐겼던 위인이다.

그래선지 얼마 전에도 위스키를 즐겨마시던 그의 모습은 정정했다. 조근 조근한 말솜씨, 부드럽지만 힘이 실려 있는 그의 말 톤은 강렬했다. 그 만큼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관심이 컸다는 증거다.

그런 그가 현재까지 맡고 있던 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회를 더 키워나갈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앞선다. 경상현 전 장관은 한국의 ICT를 부흥시킨 산 역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