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재기를 모색한다.

동부그룹 산하 전자계열사 5곳은 지난해 모두 영업이익을 냈다. 이제 동부그룹의 핵심은 동부화재 등 금융계열사와 전자 관련 계열사들뿐이다. 이들이 살아나면 동부그룹도 다시 사세를 키울 수 있다.

금융 분야 정보기술(IT) 사업이 주력인 동부의 경우 지난해 매출은 전년 2542억원보다 감소한 2035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134억원 적자에서 9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도 1245억원 적자에서 108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동부는 수익성 중심의 수주관리 강화와 판관비를 절반 이하로 감축하는 비용구조 혁신이 실적 개선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핵심사업인 금융·IT사업에서 기존 고객과 100% 재계약에 성공했다.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CSB(Cloud Service Brokerage)사업에서도 자체 개발한 클라우드서비스를 중심으로 고객사를 늘려왔다. 올해도 수익성 중심의 내실경영을 강화해 안정적인 이익성장 기반을 확충할 방침이다.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매출 6666억원, 영업이익 1250억원, 경상이익 1158억원의 사상 최대실적을 거뒀다. 전년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7%, 174%나 증가했다. 경상이익은 2048억원 늘었다.

실적개선에는 가동률 상승, 원가절감, 신디케이티드론 이자율 인하, 환율 등이 영향을 미쳤다. 동부하이텍 가동률은 2014년 70% 중반대에서 지난해에는 90%로 뛰어올랐다. 지금도 90%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주로 스마트폰 전력반도체와 터치스크린칩, 보안카메라용 이미지센서, UHD TV용 디스플레이 구동칩 수주가 늘었다.

동부하이텍은 올해 웨어러블, 사물인터넷(IoT), 아몰레드(AMOLED) 분야를 선점하는 한편 생산성 향상 활동을 통해 매출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LED조명업체인 동부라이텍은 지난해 매출 848억원과 영업이익 43억원을 올렸다. 업계가 불황임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다. 가정용 LED조명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용 제품 판매 비중이 늘었다. 생산공장을 중국 옌타이로 옮겨 제조원가를 줄인 것도 한몫을 했다.

전자제품 애프터서비스(AS) 업체인 동부대우전자서비스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1450억원과 영업이익 80억원이다. 전국 55개 서비스센터를 기반으로 애플 등 외국산 가전 AS를 대행하며 이익을 냈다.

동부대우전자도 지난해 19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 매출은 1조60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가전 수요가 줄어들고 있지만,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실제로 멕시코와 칠레에서 냉장고, 베네수엘라에서 전자레인지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동부그룹이 안정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대표적인 변수가 주요 계열사 매각이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2013년 10월 발생한 동양그룹 사태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재무구조 개선 중인 동부제철과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동부건설 등 40개 회사가 그룹을 떠났다.

2000년 재계 10대 그룹이었던 동부는 2013년 계열사 66개를 거느렸으나 구조조정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김 회장은 어려움 속에서도 지켜낸 금융계열사와 동부대우전자, 동부하이텍 등 전자계열사를 중심으로 그룹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문제는 채권단이 계열사의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부그룹은 "동부대우전자 순자산이 1800억원을 넘어 재매각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안갯속이다. 동부하이텍도 실적 개선이 큰 폭으로 이뤄지면서 매각 철회 가능성도 있다.

동부그룹은 지난 2013년 동부대우전자 인수 당시 인수대금의 49%를 투자한 투자자들과 '2015년 말까지 순자산규모 1800억원을 유지하지 못하면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약정을 맺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