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보도·편집국장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협치의 시작'이라며 정국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분위기로 전환될 것을 예견하기도 했다.

또 박 대통령 또한 향후 3당 대표들과 만남을 예고하며 야당과의 공조체제 구축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런데 총선결과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아직도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한계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박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국회의원 시절 ‘정치생명이 끊어진다’며 모두가 기피하는 자리를 맡아 죽을 둥 살 둥 하면서 선거를 치렀고 많은 사람이 당선됐다”며 “(그 사람들이) 당선되고 나서는 자기 정치 한다고 해서 이렇게 (저와) 갈라서게 됐다”며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리고나서 “ 또 사람 사이의 관계는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하는데 오히려 대통령이라는 사람을 더 힘들게 만들 때 제 마음은 허탈하다고 할까”라며 “그런 정치를 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이 발언에서 주목할 점은 "이전에 자신이 물심양면으로 도와 선거에 당선됐는데 왜 내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 정치를 하느냐"고 또다시 총선전과 똑같은 문제제기를 했다는 점이다.

세살박이 어린아이도 자기 주장이 있고 부모도 어찌하지 못한다. 하물며 의원들은 개개인이 정치적 소신과 가치관을 지닌 인격체이면서 한사람 한사람이 헌법기관이다.
혹여 대통령의 의중과 다르면 '명령이 아닌 설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임에도 대통령은 "왜 내 말을 듣지 않느냐"며 아직도 반문하고 있다.
의원의 정치적 견해와 가치관보다는 내 말에 우선 따라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대통령의 기존 시각은 전혀 변함이 없는 셈이다.

또한 박 대통령은 “여소야대보다 사실 더 힘든 것은 같은 여당과 정부 내부에서 삐거덕거리는 것”이라며 “여당과 정부는 수레의 두 바퀴라 계속 서로 협의해 가면서 같이 굴러가야 국정 운영이 원활하게 된다. 이 바퀴는 이리 가는데 저 바퀴는 저리 가고 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 그 점에 있어서 좀 미흡했다 하는 것도 이번 총선 민의다”고 말했다.

일견하기엔 여당 내부부터 합심해 단일한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말이지만 이 또한 총선결과에 대한 대통령만의 독특한 시각이 녹아있는 것으로 읽힌다.

공천이나 입법과정에서 일사분란하게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 불협화음이 있었고 그 점을 민심이 분노했다는 것이 대통령의 총선분석이란 느낌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향후 박 대통령의 뜻대로 당청이 일사분란한 모습을 보일지, 나아가 커진 야당과의 절충과 타협이 순탄할지 아직은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