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가 사업계획 수립 미비와 절차 위반을 이유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부산분원 유치에 제동을 걸었다.

부산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 김쌍우 의원은 26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산분원 설립과 관련한 부산시의 '인터랙티브 미디어 창작서비스 플랫폼 개발' 사업이 추진계획 미비로 관련 예산을 편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인터랙티브 미디어 창작서비스 플랫폼 사업은 가상현실(VR) 영상 등 지식 콘텐츠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으로 부산시와 전자통신연구원이 2014년 협약을 맺고 추진하고 있다.

전자통신연구원 부산분원 설립을 위한 필수 사업으로 올해부터 2020년까지 시비와 국비 197억원이 투입된다.

김 의원은 올해 5월 부산시 자체 투자심사에서도 사업계획서를 보완한 이후 추진한다는 조건부 승인이 났지만 시는 최근까지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방자치단체의 예산편성 기준에는 사업별 목적과 용도, 추진계획을 사전에 확정하지 않은 채 포괄적으로 예산을 편성해 집행할 수 없다고 돼 있는데 이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절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김 의원은 주장했다.

시는 올해 1차 추경안에 10억원을 '민간자본사업보조' 항목으로 편성했는데 ETRI은 기재부가 지정한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보조금이 아닌 출연금으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김 의원은 강조했다.

출연금으로 예산을 편성하려면 지방재정법에 따라 의회의 승인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 이를 회피하려고 민간보조 항목으로 예산을 배정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지방자치법은 공공기관 운영과 관련된 사항을 지자체에 부담시켜서는 안 된다고 돼 있는데 시는 부지와 건축비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연구개발비와 운영비의 50%를 내기로 했다"며 "전자통신연구원 부산분원 설립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관련 규정과 절차를 위반한 채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의회 예결위는 이번 추경 때 편성된 관련 예산을 일단 삭감한 이후 적법한 절차를 거쳐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면 다시 반영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