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7월이면 민선 6기 취임 2주년을 맞는다. 2011년 10월 재보선 이래로는 곧 5년이 다 돼간다. 올해 말이면 최장수 서울시장 기록도 세울수 있다.

3선 시장이 되든, 내년 말 대선에 도전하든 이제는 반환점을 돈 시점이다.

박 시장은 지난 1년간 본격적으로 '박원순 표' 정책을 추진하며 시정을 펼쳤다. 그동안 거대한 '서울시 호'의 방향을 잡는데 주력했다면 이제 속도를 내는 레버를 끌어 당기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 사태 당시 심야 기자회견 등으로 일부에서 '과잉대응'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시민으로부터 호응을 얻으며 민선 6기 2년 차를 시작해 추진력을 높일 수 있었다.

박 시장은 올해 4·13 총선 이후에는 '잠룡'으로서 정치적 보폭을 넓혀왔다. 하지만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임기 중 최대 위기를 맞기도 했다.

아직은 서울시장으로서 충실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박 시장의 움직임에 더욱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취임 초기 제시한 큰 그림, 새로운 비전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만들어냈다. 추진 과정에 걸림돌이 적지 않았지만 뚝심있게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갔다.

대선에 나간다면 서울시장으로서 사업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사실상 올해가 마지막이기 때문에 연내 성과를 많이 내야 한다.

박 시장은 자동차가 아닌 사람 중심 도시를 지향하며 '걷는 도시, 서울' 정책을 추진했고, 그 일환으로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에 착수했다.

청년수당 등 서울형 청년 보장으로 '청년'을 우리 사회 주요 의제로 끌어올렸다. 박 시장은 청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공급자 위주의 정책과는 다른 결과물을 내놨다.

정권 핵심 인사들이 "포퓰리즘적 복지사업"이라거나 심하게는 "악마의 속삭임"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맹비난하고 결국 복지부에서 부동의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경제민주화도시, 노동존중 특별시 등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중소기업 보호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노동권익 보호, 생활임금제 확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자이사제 등 정책을 대거 선보였다.

1년 전 도입한 새로운 개념의 복지 서비스인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는 내년에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한다. 동 주민센터를 단순한 행정처리 기관에서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담당하는 중심지로 만드는 것으로, 행자부가 비슷한 '동 복지 허브화'를 도입해 전국으로 확산했다.

박 시장이 한발 앞서 도입한 공유경제는 세계적 트렌드가 됐다고 서울시는 자평한다. 국내에서도 나눔카 회원이 100만명이 넘는 등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속도를 내기 위해 공유경제 스타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내놨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이나 채무 감축 등 기조는 계속 유지하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해 메르스 사태에 적극 대응해 시민 안전에 민감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그 기세를 몰아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도 밀어붙였다. 안전등급 D등급인 고가를 더 이상 둘 수 없다는 점을 내세워 중앙정부 견제를 뚫고 도심 한 가운데 교통 통제를 이뤄냈다.

정릉천 고가 긴급 통행 폐쇄도 안전에 관한 한 과감하다는 평가를 안겨줬다. 올해 2월 해빙기 안전점검 중 내부순환로 정릉천 고가의 텐던(15개의 강연선이 묶인 하나의 케이블)이 끊어진 것을 발견하고 바로 폐쇄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박 시장은 5월 말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안전 분야에서 오히려 큰 타격을 입는 아픔도겪었다.

4년새 세 번씩이나 같은 사고가 되풀이된 데다 지하철 안전 관련 분야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당한 실망을 안겼다.

사고로 사망한 19세 고졸 '김군'과 특혜를 받은 메트로 출신 전적자들을 일컫는 '메피아' 들이 비교되며 박 시장이 그간 공을 들인 사회적 약자 보호 정책까지 빛이 바랜 것은 뼈아픈 일이었다.

더군다나 늘 현장을 찾고 SNS로 신속하게 대응하던 박 시장이 이번에는 뒤늦게서야 목소리를 낸 것을 두고도 비판이 쏟아졌다.

서울메트로 등 산하기관의 기강해이도 지적됐다. 앞서는 박 시장이 야심 차게 추진한 지하철 양 공사 통합이 노조원들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이번 사태에 신속하게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을 두고 서울시 조직문화 문제도 언급되고 있다.'

대선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힌 적은 없지만 5.18 광주 방문에서 박 시장은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총선 이후에는 박근혜 정부를 향해 각을 세우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발언도 꺼리지 않고 있다.

무주공산이 된 광주를 찾아 "역사 대열에 앞장서겠다"며 호남에 적극 다가갔고, 서울에 '노무현 루트'를 만들겠다며 친노 표심을 자극했다. 여의도에서는 '대동사회'라는 화두를 제기했다.

그러나 구의역 사태 파장이 커지며 박 시장의 대권 행보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한동안 물밑으로만정치일정을 소화하다가 사고 후 한 달이 다 돼가는 최근에 다시 여의도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 시장은 26일 더불어민주당 시도지사 정책협의회에서 "지방자치를 확대하는 분권형 개헌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며 앞장섰다.

일각에서는 임기 중에 대선에 나서는 것은 유권자들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라고 벌써 견제를 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서울시장으로서 정치적 활동은 당연한 것이며 박 시장이 잠룡으로서 체급을 키워놔야 3선이나 차기 대선 도전이 가능하다고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