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입법연구모임 '어젠다 2050' 주도 김세연 공론화 발제

여야 거물급 정치인이 대거 참여하는 미래입법 연구모임 출범식에서 '기계과세'라는 생소한 개념이 등장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29일 새누리당 3선의 김세연 의원은 자신의 주도하는 국회 포럼인 '어젠다 2050'의 창립총회에서 기조발제를 통해 "로봇과 인공지능(AI) 등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경우 소득세 등의 전통적 과세기반이 약화된다"면서 "현재의 사회보험 제도가 계속해서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기업 조세제도로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기계 설비 및 소프트웨어 구동 단위에 대한 과세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예컨대 생수 병뚜껑에 환경분담금을 물리듯 CPU(중앙처리장치) 용량의 단위 등으로 과세하는 표준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김 의원은 "생산현장의 자동화·디지털화 과정에서 점차 로봇, 기계, AI 등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면서 특히 중산층의 일자리가 많이 파괴되고 있다"면서 "생산의 주체, 과세의 대상을 인간의 노동력과 조직력에 한정하는 셈인 현행 소득세·법인세 구조만으로는 증가하는 복지 재정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이 때문에 "사회 전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계설비, 나아가 소프트웨어 격인 AI까지도 과세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로 인해 기업부담총액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은 경제활성화에 부정적인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면서 "만약 기계에 대한 과세가 도입된다면 그에 비례해 법인세 부담을 완화하는 대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기계과세에 따른 원가상승 부담이 소비자에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소비자의 기본소득 또는 최저생계비 이상의 소득이 보장되는 사회복지구조가 함께 만들어진다면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 "전체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 시스템을 만든다는 데 방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의 이같은 아이디어는 최근 유럽의회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로봇세' 도입 논의와 맞물려 시선을 모으고 있다.

지난 22일 CNN머니 보도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제조업이나 다른 여러 분야에서 로봇이 확산되면 대규모 실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로봇을 '전자 인간'(electronic persons)로 간주, 소유자에 세금을 물리는 내용의 보고서 초안을 작성했다.

최첨단 기계설비와 AI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는 로봇이 노동 인력을 대규모로 대체하기 시작하면 그 소유자들이 세금을 내거나 사회보장에 기여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로봇 판매량은 전년보다 12% 증가한 24만8천대로 역대 최대였다.

이에 앞서 독일에서도 이와 유사한 내용의 과세 방안이 검토된 바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이와 관련 국내 한 재계 관계자는 "생산이 곧 이익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이익창출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생산단계부터 과세를 한다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