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인기가 식지 않는 데는 미국에 홍수처럼 밀려든 중국산 저가제품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산 제품의 유입으로 미국의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고 일자리가 줄어든 데 대한 반발심리로 이른바 '트럼프 현상'이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1일(현지시간) 중국산 저가제품의 수입으로 타격을 받은 지역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이 높았던 것이 입증됐다고 보도했다.

중국산 제품 수입 때문에 경제적 타격을 크게 받은 100개 카운티 중 89개 카운티에서 트럼프가 공화당 예비선거에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도 북부 및 중서부에서 중국산 제품 때문에 큰 타격을 입은 100개 카운티 중 64개에서 승리했다. 남부의 경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지하는 흑인이 워낙 많은 탓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이 신문은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가구산업을 예로 들었다.

카토바 카운티의 제조업 고용인구는 2000년 7만9천 명에서 2014년에 3만8천 명으로 줄었다. 중국산 가구가 밀려오면서 가구산업이 위축된 결과였다.

이 카운티의 히코리 시는 1990년대 말 실업률이 2%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2010년에는 15%를 넘었다.

전통의 가구 회사인 번하드(Bernhardt)의 직원은 2000년 2천800명에서 지금은 1천600으로 감소했다.

또 다른 가구회사인 센추리(Century)는 2003년 1천323명이었던 직원이 지금은 845명으로 줄었다.

스탠리 퍼니처는 10년 전 2천600명이었던 직원이 지금은 71명으로 쪼그라들었다.

현재 일자리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수입이 늘지 않았다.

1999년 이후 세 번 해고되는 아픔을 거쳐 다시 가구회사에서 일하는 스튜어트 숀(59)은 1년에 4만5천 달러(약 4천955만 원)를 받는다.

20년 전에 받았던 연봉과 거의 같은 금액으로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1만4천 달러 줄어든 것이다.

그는 대통령선거 투표를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보다 먼저 일본, 멕시코, 대만 등의 제품이 미국에 수입됐을 때에는 미국의 많은 도시가 적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몰려든 중국산 제품은 경제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격렬하게 미국 산업을 흔들었다.

가구산업을 보면 지난해 미국에 수입된 중국산 제품은 204억 달러로 2000년 44억 달러보다 약 5배 증가했다.

이로 인해 특히 경제적 타격을 입은 주는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 테네시, 아이오와, 위스콘신 등이었다.

현재 중국산 가구의 비중은 미국이 수입하는 전체 가구의 절반으로 높아졌다.

중국산 제품의 수입이 미국 경제에 미친 영향은 이번 선거에서 뿌리 깊은 정치적 불만을 불러오고 있다고 신문은 해석했다.

제조업 기반 붕괴와 일자리 감소가 글로벌화에 대한 환멸을 초래해 자유무역 반대를 기치로 내건 트럼프와 샌더스가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현대 미국 역사에서 가장 독특한 정치 시즌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