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 논란으로 공전하는 국회 정상화 과정에서 중재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정 의장 및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수시로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양측의 입장을 조율했다.

새누리당이 전날 정 의장을 상대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사회권을 새누리당 소속 심재철 부의장에게 넘기면 국회를 정상화하겠다고 제안하며 정 의장을 압박하고, 정 의장이 이를 거부하자 박 비대위원장은 정 의장과 정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중재안을 던졌다.

국민의당 소속 박주선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기자는 것이었다.

정 의장과 정 원내대표가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박 비대위원장은 광주에 있던 박 부의장에게 본회의 사회에 대비해 상경할 것을 요청해두었다.

이어 이날 오전 정 의장이 '국민께 송구스럽고, 새누리당 의원들의 문제제기를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는 방안을 새누리당에 제시했으나, 새누리당이 이를 거부하자 박 비대위원장의 움직임은 더욱 바빠졌다.

새누리당이 '국민께'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사실상 새누리당에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협상이 결렬된 만큼, 양측이 반 보씩 양보하면 의견접근을 이룰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정 의장에게 전화해 '박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기고 대국민 유감 표명을 하는 대신 이후 본회의에서 사과 등의 언급을 하지 않는 것으로 새누리당으로부터 약속을 받아내겠다'고 설득했다"면서 "정 원내대표에게도 이런 조건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광주에서 일정이 있었던 박 비대위원장은 정 원내대표가 이 같은 조건을 받지 않자 "국민의당 의원들은 해산하고 나는 광주로 간다. 지금 출발한다"고 최후통첩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압박한 끝에 최종 타협을 이끌었다는 후문이다.

이밖에 박 비대위원장은 전날 밤 새누리당 의원들의 의장실 점거로 격앙된 의장실 일각에서 추경안의 야당 단독처리를 거론하고 나서자 정족수가 되지 않는다며 주저앉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