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이 종료되는 30일, 서울 중구 저동에 위치한 특조위 사무실 풍경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었다.

해양수산부가 전날까지 별정직 공무원들에게 공무원증을 반납하라고 했지만, 이날까지는 특조위의 활동 기간이어서 건물 출입 등에는 문제가 없었다.

한 직원은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어서 크게 다를 건 없다"면서 "내일도 출근해서 서류 작업 등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6월 30일 정부가 조사활동 종료를 통보했을 무렵부터 비어 있던 파견직 공무원들의 책상은 석 달 동안 그대로였다.

이는 특조위 활동 중 가장 큰 논란이 일었던 활동 기간 등을 둘러싼 대립을 그대로 보여준다.'

정부·여당이 6월 말에 특조위 조사가 끝났다고 한 근거는 세월호 특별법이 지난해 1월 1일 시행됐다는 해석이었다.

위원회 구성을 마친 날부터 1년 이내를 포함해 특조위 의결로 한 차례 6개월 연장할 수 있다는 특별법 규정에 따른 것이다.

특조위와 야권은 특조위 예산이 처음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지난해 8월 4일을 실제 활동을 시작한 시점으로 봤다.

특별법이 시행된 지난해 1월 1일 당시에는 조사 업무를 수행할 사람도 예산도 없었기 때문에 예산이 주어진 때를 활동 개시 시점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두고 법안 성안 단계에 참여했던 박종운 특조위 상임위원은 최근 연합뉴스를 만난 자리에서 "법안 해석에 이견이 없도록 치밀하게 성안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여야는 특별법 개정 논의를 벌여 왔지만, 여당이 개정안을 상임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를 요구해 최장 90일까지 심의할 수 있게 돼 법안 개정 가능성도 닫혔다.

여기에 19대 국회에 특조위가 제출한 특검 요청안은 임기와 함께 자동으로 폐기됐고, 20대 국회에 제출한 특검 요청안은 법사위에서 잠자고 있다.

활동 기간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특조위는 세 차례 청문회 등을 거치며 일부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해경 주파수공용통신(TRS) 교신 내용을 분석한 결과, 참사 당시 세월호 선체 내 생존자가 있을 만한 곳에 공기를 주입했다거나, 수중무인탐사 로봇이 선체에 진입했다는 정부의 발표는 허위임이 드러났다고 특조위는 자평했다.

세월호가 인천에서 출항할 때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쓰이는 철근이 과다하게 실려 복원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새롭게 공개됐다.

심층 조사를 통해 참사 희생자의 유족 절반이 외상 후 스트레스 등으로 고통받는다는 사실을 밝히고, 이들의 고통이 사회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메시지도 던졌다.

해양수산부가 제시했던 세월호 인양 시점은 올해 6월 말에서 차차 미뤄지더니 특조위 활동이 끝나는 9월 말도 넘겼다. 해수부는 10월 말에야 인양이 가능하다고 26일 발표했다.

특조위는 결국 진상조사의 핵심인 세월호 선체는 직접 보지도 못한 채 해체를 맞이하게 된 셈이다.

누가 선체조사를 해야 할지를 놓고는 결론을 못 낸 채 의견이 분분하다.

특조위는 어떻게든 현 특조위원들이 선체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해수부는 특조위 사무처가 조사하게 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은 선체조사를 담당할 별도의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논의에 진전은 없다.

4·16연대를 비롯해 진보진영 시민단체는 30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세월호특별법 개정을 방해한다고 비판하고 완전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달이 바뀌면 특조위는 공식적으로 문을 닫지만, 특조위 바깥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