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가 미르와 K스포츠재단 의혹으로 뒤덮였다.

파행을 딛고 국감이 정상화된 지 5일로 불과 이틀째를 맞았지만, 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정권 차원의 모금 의혹을 관련 상임위를 중심으로 전방위로 제기하기 시작했다.

특히 재단 설립에 관여한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대한 해체 요구가 쏟아지면서 정무위와 기획재정위는 전경련 국감을 방불케 했다.

이대로 가면 이번 국감도 과거와 같이 대형 이슈에 '블랙홀'처럼 매몰되면서 정쟁으로 시작했다가 정쟁으로 끝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새누리당도 초반엔 여론을 의식해 적극 방어를 하지 않았으나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지나친 정치 공세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어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을 놓고 여야가 당 차원에서 정면 대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회는 이날 법제사법·정무·기획재정위 등 12개 상임위에서 국감을 계속했다.

특히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 비서실을 상대로 진행된 정무위 국감에서는 재단의 설립 및 운영에 정권 핵심 실세가 개입됐는지, 대규모 모금 의혹이 사실인지 등을 놓고 야당과 정부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미르·K스포츠재단이 설립인가 신청 과정에서 허위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면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며 "정부에 인허가 신청을 할 때 허위서류를 제출해도 된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전경련이 권력 모금책 노릇을 하더니 이제 뒤처리까지 맡았다"면서 "전경련에 가입한 17개 공공기관은 모두 탈퇴해야 하고, 정경유착의 통로이자 권력의 심부름 단체로 전락한 전경련 해체야말로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해당 공공기관이 판단할 문제"라면서 "전경련이 우리 경제의 발전과정에서 긍정적인 기능을 한 것도 사실인 만큼 그런 점도 고려해서 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 국무조정실장은 권력 실세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 없다"고 언급을 삼갔다.

기재위의 기획재정부 국감에서도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전경련 해체 요구가 빗발쳤다.

더민주 이언주 의원은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창구가 됐다"면서 "시대적 역할은 끝났고 부정적인 역할만 남았으니 해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은 전경련이 재단을 대체할 신규 통합재단을 설립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문제가 되자 재단을 해단하고 새로운 통합재단을 설립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미르·K스포츠재단이 기업의 자발성에 의존한 게 아니라 전경련을 앞세운 권력에 의한 것임을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은 "미르와 K스포츠 관련한 기획재정부의 업무에 대해 질의하고 증인 채택을 하는 것은 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민생을 벗어나 국민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쟁점화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르와 K스포츠의 지정기부금단체 취소 요구에 대해 "법적으로 지정기부금단체 지정시 요건만 맞으면 지정하기 때문에 취소하는 것은 역시 해당 단체와 취소 요건을 담당하는 부처에서 한다"고 설명했다.

미르 의혹은 국토교통위에서도 불거졌다. 야당은 미르재단이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 방문 당시 체결된 '케이(K)타워 프로젝트'에 초기부터 참여한 정황을 파고 들었다.

더민주 최인호 의원은 "케이타워프로젝트 회의는 청와대 연풍문에서 두 차례, 코오롱 본사에서 한 차례, LH공사 서울본부에서 한 차례 등 총 네 차례 열렸다"면서 "연풍문 회의 때 K타워프로젝트에 미르재단이 참여할거라고 말했느냐"고 말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실익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정종섭 의원) "업무내용을 질의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똑같은 질문을 여러 의원이 계속한다"(김현아 의원)고 맞섰다.

선병수 LH 해외사업처장은 "사실 1차 회의 때 K타워프로젝트가 거론됐고 'LH가 참여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2차 회의에서는 참여하겠다고 보고드린 것밖에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