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의 부진과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등으로 기업들의 경기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흐름을 보면 개선되는 추세여서 내년에는 경기가 점차 나아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6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전국의 2천400여개 제조기업을 상대로 '4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기업 BSI가 86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기준치(100)에는 못 미치는 것이지만 3분기 기업 BSI(85)보다는 1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수출 전망치는 3분기보다 7포인트 하락한 85, 내수는 4포인트 상승한 86이었다.

올해 들어 BSI는 1분기 81에서 2분기 91로 상승했다가 3분기 85로 꺾인 뒤 이번에 소폭 올랐다.

BSI가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에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대한상의는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부진,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글로벌 교역 위축 등으로 수출 여건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 분기보다는 1포인트 상승해 추세상으로는 바닥을 지나 내년 봄이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지역별로 보면 제주와 서울, 대전은 BSI가 각각 109, 100, 100으로 나타나 청신호가 켜졌다. 기업들이 경기가 나아지거나 적어도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제주의 경우 8월 관광객 수가 작년 같은 달보다 100% 이상 증가하는 등 관광 열기가 뜨거웠고, 10월에는 중국 국경절을 시작으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유례 없는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3분기 110이었던 BSI는 4분기에도 109로 기준치를 웃돌았다.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인 '코리아 세일 페스타'의 중심무대인 서울도 BSI가 3분기 89에서 4분기 기준치까지 올랐다.

대전은 45년 된 노후 산업단지 재생사업이 첫 삽을 뜨고, 전국 최초로 트램이 건설될 것에 대한 기대로 BSI가 지난 분기 87에서 100으로 상승했다.

실제 대전에서 전기 배전반을 생산하는 A사는 "45년 된 대전 산업단지를 첨단 산업단지로 리모델링하면서 건설 경기뿐 아니라 공장 신·증축과 관련한 신규 납품에 미치는 효과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지역을 빼면 강원(97), 경기(91), 충북(91), 인천(90), 충남(89), 전남(86), 광주(83), 울산(79), 부산(78), 전북(78), 경남(78), 대구(77), 경북(76) 지역의 체감경기는 기준치를 밑돌았다.

업종별로는 조선·철강업종의 전망이 좋지 않았다. 조선업종은 BSI가 40에 그쳤고, 특히 수출 쪽은 24까지 떨어져 전 세계 선박 수요 급감의 영향이 지속되고 있음을 방증했다.

경남의 조선 엔진 제조업체 B사는 "올해 들어 매출이 작년보다 30% 감소했다"며 "국내외 화력발전소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철강업종의 BSI도 76으로 미국의 반덤핑 관세 부과, 중국의 과잉공급 등의 영향을 짐작하게 했다.

또 자동차는 노조 파업의 영향 등으로 87, IT(정보기술)·가전은 스마트폰이 시장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92를 나타냈다.

이종명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중국의 내수 중심 중속성장 정책, 전 세계 분업 고리 약화와 보호주의 확산 등으로 제조업 경영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