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세계 최초의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시대 개막을 3개월여 앞두고 정부와 방송업계 등의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지상파 UHD방송이 개시되면 일단 수도권에 한정되지만 시청자들은 지금의 고화질(HD) 방송보다 4배 더 선명한 화면과 생생한 음향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또 내년 12월부터는 광역시 권역 등지에서 UHD 본방송이 시작되고, 나머지 시·군 지역은 오는 2021년까지 순차적으로 UHD 본방송이 도입된다.

지난 1960년대 흑백방송, 1980년대 컬러방송에 이어 2001년 3세대 HD방송이 도입된 이후 16년만에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방송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 지상파 3사 실험방송…2021년부터 전국 방송

10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따르면 UHD(화상도 3840×2160) 방송은 HD(1920×1080) 방송보다 한층 섬세하고 4배 선명한 화면과 입체적 음향 등을 제공하는 초고화질 실감방송이다.

고정형이나 이동형 UHD TV를 갖추면 실내외 어디서나 무료로 직접 시청할 수 있다. UHD 다시보기나 양방향·맞춤형 서비스, 재난정보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도 즐길 수 있다.

지상파 3사는 지난 2012년부터 세계 최초의 지상파 UHD 실험방송을 하고 있다. 2014년에는 브라질월드컵·아시안게임 경기 일부를 UHD로 실험 생중계하기도 했다.

유료방송에서는 이미 UHD 방송을 서비스하고 있다.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가 공동출자한 '케이블TV VOD'가 2014년 4월 'UMAX' 채널을, KT스카이라이프가 그해 7월과 이듬해 6월 '스카이UHD' 1, 2 채널을, CJ E&M이 작년 6월 'UXN' 채널로 UHD 실시간 채널과 VOD를 서비스하고 있다.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중 UHD 서비스 가입자는 약 3%인 84만6천명이며, 유료방송사들이 보유한 UHD 콘텐츠 분량은 평균 약 630시간 수준이다.

KBS, MBC, SBS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1년 전인 내년 2월중, EBS는 통합사옥 구축 일정에 따라 내년 9월부터 수도권에서 지상파 UHD 본방송을 개시한다.

이어 광역시권과 강원권의 지상파 지역방송과 민방은 내년 12월, 나머지 지역은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UHD 본방송을 시작해 2021년까지 전국 방송을 완료할 예정이다.

UHD 방송이 2021년 전국적으로 이뤄지더라도 UHD가 아닌 기존 TV로 방송을 시청할 수는 있다.

기존 TV 보유 가구를 위해 UHD 방송 도입 10년 후인 2027년 HD 방송 종료를 추진하되 전국 도입 완료 후 UHD 방송 커버리지, UHD TV 보급률, 기술 발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종료 시점을 결정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또 가칭 '지상파 UHD 전환 특별법'을 제정해 저소득층의 UHD TV 교체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 준비작업 '착착'…10월 말 UHD방송 허가

정부는 이 같은 일정에 따라 준비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우선 미래부는 학계와 방송사, 가전사 등으로 구성한 협의회 논의를 거쳐 지난 9월 말 지상파 UHD 방송 표준을 북미식(ATSC 3.0)으로 확정했다.

국내에 현재 보급된 UHD TV 수상기에는 북미식과 유럽식이 섞여 있으며 유럽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북미식 제품을 가진 시청자는 안테나만 달면 내년 2월부터 무료로 지상파 UHD 방송을 볼 수 있으나, 유럽식 제품을 가진 약 17만 가구가 이를 보려면 가전업체로부터 7만원 내외의 컨버터 등 별도 기기를 구입해 달아야 한다.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지 않고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IPTV 등 유료방송을 통해 UHD 방송을 보는 경우는 기존의 유럽식 제품을 산 시청자도 그냥 볼 수 있다.

또 방통위는 지상파 UHD 방송 허가를 위한 심사를 진행, 이달 말 허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심사는 방송사의 투자 계획, 방송 수신환경 개선 등 시청자 지원 노력 등을 평가한다. 최초 허가 유효기간은 3~4년 범위 내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방송사의 단계별 UHD 채널 편성비율을 놓고 정부와 방송사간 협의도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마련한 지상파 UHD 프로그램 최소 편성비율안은 2017년 전체 방송시간의 5%를 권고하고, 2020년 25%, 2023년 50%, 2027년 100% 등으로 점차 확대하는 것이다.

HD와 UHD 방송 수신가구 간 차별이 없도록 UHD 방송은 HD 방송이 중단될 때까지 동일한 내용을 방송하도록 했다.

다만, 국산방송장비 개발과 UHD 프로그램 제작 여건 등을 감안해 UHD 최소 편성비율을 권고하되 편성 실적과 시장 성숙도에 따라 재허가 시 최소 편성비율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정부는 또 유아·어린이·소외계층 등을 대상으로 하거나 주시청시간대에 편성된 UHD 프로그램에 대해 편성시간을 얼마나 추가로 인정해 줄지 등을 놓고 방송사들과 협의하고 있다.

정부는 UHD 방송 허가 후 지상파 3사의 장비 수급 등 준비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UHD 본방송 개시 일자를 결정할 계획이다.

고낙준 방통위 지상파방송정책과장은 "UHD 본방송 개시 시기를 의견 수렴 후 필요하면 늦출 수 있지만 '2017년 2월'이라는 계획에는 현재까지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