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으로 한국전자전(KES), 국제 반도체 대전(i-SEDEX), 국제정보디스플레이전(IMID)의 3개 전시회를 통합한 ‘한국전자산업대전’이 14일부터 17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다.

이번 통합 전시는 지난 해 지경부에서 ‘한 기업이 많은 전시회에 출품하면서 생기는 예산의 중복을 막고, 3개의 전시회를 통합해 한국의 대표적인 전시회로 만들어가겠다’는 취지에서 통합을 추진한 것이지만, 결과는 물론, 과정에 있어서도 관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예산 문제에 있어서는 전자,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담당하고 있는 각 계열사별로 예산을 투자했기 때문에 “예산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라는 정부의 말은 허울일 뿐이며, 규모만 커졌을 뿐 3개의 전시회가 한 자리에서 열렸다는 것 외에 어우러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화려한 비주얼의 전자전의 기에 눌려 디스플레이전과 반도체전은 그 빛을 제대로 발하지 못하고 있었다. 학생 등 일반인들로 전시회 내내 북적였던 전자전과는 달리 필요에 따른 업계 관계자를 주 타깃으로 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전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모습이었다.

더욱이 IMID를 통합한 것에 대한 말들이 많다. IMID는 그 시작인 2001년부터 대구시에서 개최되고 있던 행사지만, 지경부가 ‘통합’을 내세우며 대구의 제대로 된 동의도 없이 유치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구시는 일단 규모를 넓히고 보자는 정부 때문에 그 동안 정부 지원 없이 시 예산 만으로 연간 2억 원을 투자하면서 가꿔놓은 행사를 뺏겨 ‘눈 뜨고 코 베인 격’이 돼 버렸다.

이와 관련 디스플레이학회와 대구시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지만, 이미 예산 집행과 업체 선정을 끝낸 상황에서 이들의 주장은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는 게 대구시의 입장이다.

더욱이 IMID가 통합되면서 부스 규모도 작아졌기 때문에 내년에 과연 IMID를 어디서 열 것인지를 두고 정부와 대구시가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단 학술대회를 주관하는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는 대구시의 손을 들어줬다. 학회가 지난 달 초 이사회와 집행부 모임에서 내년 행사를 대구 엑스코에서 열기로 결정했다는 공문을 대구시로 보낸 것. 내년 IMID는 고향인 대구 엑스코에서 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계자들은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통합전시회로 가는 것이 미래 전시산업을 위해 옳다는 입장을 보이며, 내년에도 3개의 전시회를 통합 추진할 의사를 내비쳤다.

한편, 이번 전시회에서는 진행상 문제도 몇몇 군데서 나타났다. 업체를 찾아달라는 관람객의 질문에 담당자도 팜플릿을 보며 한 참을 못 찾아 10여 분이 넘도록 헤매는가 하면, 팜플릿 상으로는 14일로 예정돼 있는 삼성의 신제품 발표회 장소에서는 엉뚱하게 다른 미팅이 진행되기도 했다.

‘국내 대표 전시회의 통합’, ‘국내 최대 규모의 전시회’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열린 ‘한국전자산업대전’. 단순히 규모만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커진 규모만큼이나 차질 없는 진행과 무엇보다 각각의 전시회를 맛있는 비빔밥처럼 잘 어우러지게 하는 능력을 갖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