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제4이동통신 출현이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전하는 사업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정부의 법 개정으로 원천적인 시장진입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방송통신위원회는 현행 수시접수인 기간통신사업자의 진입절차를 정부의 주파수 할당 공고 이후 접수를 받는다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즉, 이동통신 사업을 하려는 자는 주파수 할당 공고 이후 주파수 할당 및 기간통신사업 허가를 함께 신청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개정법안은 정부가 경쟁상황 평가를 거쳐서 결과를 보고 허가 기본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내용도 담았다.

현재 법안은 계류 중이지만 여야간 이견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개정법안이 새로운 이동통신 사업자의 출현을 방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동통신 시장 진입 규제는 지속적으로 완화됐다. 과거에는 기간통신사업자 허가 신청이 정부 공고 이후 가능했지만 이후 1년에 2차례 신청을 받고 상시 접수로 개선됐다. 시장진입 규제를 풀어 경쟁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법개정이 이뤄지게 되면 정부가 주파수 할당공고를 내지 않는 한 시장진입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게다가 주파수 할당 공고를 내더라도 접수기간이 30일에 불과한 것도 문제다.

업계는 사업계획서 작성, 시장조사 기간 등 최소한 석달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준비 기간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전에 정부와 의견조율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신청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다.

또한 유선망을 사용하는 기간통신사업자 허가신청은 상시허가 신청으로 유지된 반면, 무선망 신청만 주파수 공고 이후로 제한한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제4이동통신을 준비 중인 예비 사업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추세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제4이통 사업을 준비하는 한 인사는 “창조경제의 핵심인 ICT 산업의 중추 역할을 하는 이통사업에 정부가 민간사업 신청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기존 통신사를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법률 개정 명분이 이통사업 허가절차를 체계화 하는 것이라지만 관련 법들을 조화롭게 맞춰야지 정부의 허가권을 강화하는 방향이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법안이 주는 효율성도 있겠지만 통신시장 개방, 경쟁활성화, 통신요금 인하, 규제완화 측면에서는 역주행하는 것”이라며 “극단적으로 정부가 공고를 내지 않으면 원천적으로 진입이 차단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미래부는 제4이동통신과 관련해 “현행 법대로 허가 신청이 있으면 처리하겠다”면서도 와이브로 정책과 관련해서는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정부가 경쟁상황 평가를 거쳐서 도입 필요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경쟁을 유도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시장진입을 차단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와이브로 활성화에 대한 의지가 사실상 없는 상황인데다 법이 개정되면 주파수 공고 이후에나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와이브로 기반의 제4이동통신 사업자의 등장은 매우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