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교체기를 맞은 여야가 모두 양극단의 강성 일색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7 재·보궐선거를 통해 부동산 문제와 코로나19 국난 해결을 요구하는 성난 민심이 확인됐지만, 오히려 정치권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강성 지지기반 다지기에 매몰된 채 '과거'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날 전당대회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의 새 지도부 진용을 두고 '도로 친문당'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운동권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그룹 출신인 송영길 신임 당 대표는 친문 핵심과는 거리가 있지만, 윤호중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용민 강병원 김영배 등 최고위원 상당수가 '친문 일색'이라는 지적이다.

당장 이날 첫 최고위에서부터 "검찰개혁과 언론개혁"(김용민), "종부세 완화는 잘못된 처방"(강병원) 등 '문파'로 대변되는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듯한 강경한 발언이 터져 나왔다.

당내서는 재보선 참패 직후 일었던 자성과 쇄신의 목소리가 강성 지도부의 개혁 드라이브 속에 묻혀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지나친 '친정체제' 공고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조응천 의원은 지난달 페이스북에 "새누리당은 2016년 총선에서 참패했지만, 핵심 세력인 친박은 책임지기는커녕 '박근혜의 복심' 이정현을 내세워 당을 장악했다"며 "다른 사람이 대표가 됐다면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친문 비문이 문제가 아니라, 당이 '일색'이라는 것이 구조적인 문제다. 이견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며 "쇄신 전망도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탄핵의 그림자'가 다시 드리운다.

지난해 말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와 관련, 대국민 사과까지 했던 터다.

하지만 최근 5선 서병수 의원이 "탄핵이 잘못됐다"고 포문을 연 데 이어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까지 분출하며 자칫 옛 자유한국당 '강경 보수'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김종인 노선을 이탈할 때는 도로 한국당이 맞는다. 그럴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혹독한 비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강성 친박이었던 김태흠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2위로 결선에 진출한 것도 그 연장선 상에서 의미심장한 흐름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시절 '투톱'을 이뤘던 황교안 전 대표가 정치 활동을 재개하고, 나경원 전 원내대표도 전당대회 출마를 검토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다만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전날 "한국당 시절로 돌아갈 순 없을 것"이라며 "탄핵은 역사적 사실로 입증된 사항이기 때문에 지금 와서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당 전체가 그런 데 따라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