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의 28일 국가보훈처에 대한 국감에서는 최근 야당이 제기한 보훈처의 대선개입 의혹이 전면에 부각됐다.

특히 오후에는 정치편향 논란이 제기된 보훈처의 '안보교육 동영상 DVD세트' 제작 협찬 주체에 대한 자료 제출과 답변을 거부한 박승춘 보훈처장을 즉각 고발할 것을 요구하는 야당과 이를 반대하는 여당이 대립하면서 국감이 파행했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이날 사전 배포한 국감자료에서 "2012년 국정원이 안보 관련 동영상을 안전행정부, 국무총리실, 공정위 등에 배포했는데 이 영상이 보훈처에서 제작한 DVD와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DVD에는 민주화운동, 촛불집회, 노동단체 집회·시위 등을 종북·친북세력이 연계된 것으로 규정하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난하고 박정희정권을 미화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면서 "박 처장이 답변을 거부하고 있는데 국정원이 협찬 출처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민병두 의원은 DVD 제작 협찬과 관련, "이종명 전 국가정보원 3차장에게 받은 것이지 않느냐. 육사 8년 후배, 사단장 후배이고 합참에도 같이 데리고 있었지 않느냐"면서 "DVD 제작업체는 서울 중구 소재 '서울셀럭션'으로 김형근 대표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해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승춘 처장은 DVD 협찬 주체를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관련법을 검토했는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협찬자가 본인이 밝혀지길 원하지 않아 (자료를) 제출하기 어렵고 협찬자에 대한 어떤 정보도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일체의 답변을 거부했다.

이에 새누리당 소속 김정훈 정무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보훈처장 고발을 당장 논의해달라고 하는데 어차피 국감을 마치고 고발에 대해 논의하는 기회가 있으니 일괄 결정하자"고 조정에 나섰으나, 민주당 의원들은 "이런 상태에서 이 이상의 질의 답변이 무슨 의미가 있나. 위원회에서 고발 결의를 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해 국감이 중단됐다.

앞서 오전 질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보훈처가 지난해 총·대선을 전후해서 여권 편향의 안보교육을 실시해 선거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박승춘 보훈처장의 사퇴와 검찰 수사를 요구하는 등 총공세에 나섰다.

이에 대해 박승춘 처장은 "안보전문 강사들이 개인적인 생각에서 한 이야기로 보훈처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편향교육' 주장을 반박했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런 주장에 거리를 두면서 박 처장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기도 했다.
보훈처의 안보교육용 DVD 제작예산 협찬 문제도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보훈처가 이와 관련한 국감자료 제출을 아예 거부한 데다, 박 처장이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검토하겠다",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회피성 답변'을 반복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해 한차례 감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보훈처가 DVD 제작 관련 협찬을 받으면서 안행부에 기부금품 모집 사전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면서 법 위반이라고 지적했으나, 박 처장은 "DVD는 협찬받았다가 90% 이상 회수해 이제 보훈처와 크게 관계없다"고 말했다.

"정수장학회, 국정원이 DVD제작 협찬을 했는가"라는 질문도 나왔으나 박 처장은 "정수장학회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