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기업 대출 중 개인 사업자(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비중이 30%를 돌파했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말 현재 예금은행의 기업에 대한 원화 대출 잔액(잠정치)은 623조8천억원이며 이 가운데 개인사업자에 대한 대출은 30.5%인 190조5천억원이었다.

지난해 개인 사업자 대출 비중(연말 기준)은 2006년(31.3%) 이후 7년만의 최고 수준이다. 30%를 넘은 것도 2007년(30.1%) 이후 처음이다.

2000년대 초중반 은행들은 이른바 '소호'(SOHO)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개인사업자 대출을 대거 늘리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부실 대출을 털어버리면서 이 대출 비중을 2008년에는 26.7%로 낮췄다.

그러나 그 이후 2009년 27.6%, 2010년 28.1%, 2011년 28.5%, 2012년 29.4% 등으로 다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정부가 은행의 중소기업 자금 지원을 강조하면서 중소기업 대출에 섞여 크게 늘었다.
실제 작년 1년간 전체 중소기업 대출은 5.9%(26조6천억원) 늘었지만 이 가운데 개인사업자 대출은 9.9%(17조1천억원)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개인사업자 대출이 상당 부분 가계대출과 성격이 비슷해 고용창출 효과가 큰 중소 법인에 대한 대출 증가를 주문하지만 은행 창구에서는 다른 양상이 진행되는 셈이다.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창업하는 자영업자들의 신규 대출 수요가 꾸준한데다 기존에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들은 경기가 좋지 않아 상환을 연장하는 경향이 큰 점도 가파른 증가율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은 관계자는 "확실한 담보를 잡고 대출해주면 은행 입장에서는 자영업자 대출이 안전성이나 수익성 모두 괜찮기 때문일 것"이라며 "실제로 자영업자 대출은 개인사업자 대출과 함께 차주가 자영업에 속한 직업군의 가계대출을 더해 추정하는 만큼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3월말 현재 전체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은 은행 285조원, 비은행금융기관 166조원 등 이미 450조원 안팎이었다.

대출 유형별로는 가계대출이 245조원으로 기업대출(206조)보다 많았으며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함께 받은 중복대출자가 281조원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