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출범을 맞아 공직사회 곳곳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새로 취임한 일부 단체장들이 딱딱한 정장 차림을 탈피하고 청바지에 반팔 티셔츠나 노타이에 백팩을 메고 출근하는가 하면 기존에 정형화된 근무나 회의 틀을 과감히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중앙정부 역시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대대적인 공직 혁신을 추진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 정장 대신 청바지에 반소매…옷차림부터 혁신

송인헌 충북 괴산군수는 경직된 조직문화를 바꾸는 방안으로 직원들에게 편안한 옷차림을 주문했다.

송 군수는 지난 5일 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 "공무원은 정장을 입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면서 이같이 주문했다.

그는 지난 1일 취임 이후 줄곧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면서 평상복 근무를 유도하고 있다.

그는 "고정관념이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며 "편한 옷차림을 통해 수평적 소통문화를 만들고 행정효율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 5일 열린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경직된 공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반소매, 반바지 등 간편한 옷차림으로 바꿔보자고 제안했다.

매달 열리는 확대간부회의 자료는 서면으로 대체하고, 핵심 사업을 주제로 토론하는 형태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지난 1일 노타이 차림에 백팩을 메고 첫 출근했다.

새 단체장의 파격 행보에 직원들의 반응은 일단은 긍정적이다.

괴산군의 한 공무원은 "요즘 같은 무더위에 답답한 정장 차림은 오히려 능률을 떨어뜨린다"며 "새 군수의 시도가 경직된 조직문화에 변화를 주고 개성과 창의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정형화된 근무 방식 탈피…회의도 대폭 간소화

홍준표 대구시장은 취임 초부터 유연근무제의 일종인 '시차 출퇴근'을 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홍 시장은 이르면 다음 주부터 오전 10시에 출근하고, 오후 7시에 퇴근할 것으로 보인다.

홍 시장은 이러한 내용을 간부 등에 전달하며 "전체 직원에 확대 시행을 검토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직원의 유연 근무는 당사자가 사유 등을 작성하지 않고도, 시스템에 신청을 올리면 부서장이 사전 결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차 출퇴근제는 주 5일 근무와 하루 8시간 근로시간을 준수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근무 제도다.

홍 시장 측은 당선인 시절 대구시장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맞벌이 공무원 증가에 따른 공동육아부담을 배려해 유연근무제를 전 직원의 20% 수준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시 산하 사업소를 제외한 공무원 수는 1천900여명으로, 홍 시장 취임 전에는 이 중 200여 명만 시차 출퇴근을 했다.

시는 이날 중으로 전체 직원들에게 시차 출퇴근 확대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시는 부서별로 오전 8시 30분에서 9시 사이에 열리던 각종 회의를 일괄적으로 오전 10시 30분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지난 4일 민선 8기 출범 후 첫 간부회의에서 각종 회의 방식을 효율적으로 개선하라고 담당 부서에 주문했다.

매주 열리던 간부회의는 월 2회로 줄이고, 월 2회 영상회의로 진행하던 읍면동장 회의도 월 1회 영상회의로 간소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관행적으로 작성하던 회의자료 취합은 지양하고, 회의 땐 실·국·사업소별 1건씩, 주요 업무와 시급한 현안만 의제로 다루기로 했다.

이 시장은 "워크 다이어트를 통해 행정 혁신을 해야 진짜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다"며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업무를 위해 공직 문화부터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두겸 울산시장도 6일 오전 진행된 실·국장 회의에서 "가급적 회의 자료는 만들지 말고, 간략히 공유할 것만 공유하는 티타임처럼 운영하자"고 주문했다.

◇ 불필요한 관습·의전 타파하고 창의적 조직문화 만든다

불필요한 관습과 의전을 없애고 경직된 조직 분위기를 누그러뜨려 공무원들의 창의성을 끌어내는 등 조직문화를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매주 월요일 오전에 했던 간부회의를 금요일로 옮기기로 했다.

담당 부서 직원들이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월요일 회의 자료를 준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다.

김 지사는 또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기 위해 공식서류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구두로도 보고를 받겠다고 밝혔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여직원들이 의전상 커피를 타는 문화를 없애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대전시는 최근 시장실에 설치할 간편 커피 자판기(제조기)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장은 "이제 선배들이 커피 타주면서 후배들 챙기고 따듯하게 대해 줘야 한다"며 "시장실에 오면 언제든지 제가 직접 커피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시 울주군은 '일 잘하는 공무원'을 목표로 공무원 개개인의 역량을 높이고, 실무자 중심의 신속한 행정이 이뤄지도록 공직문화를 바꾸기로 했다.

친절 공무원에게는 선진지역 견학이나 시상 등 인센티브를, 적극 행정 공무원에게는 특별승진과 포상 등 혜택을 제공해 우대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또 전결권을 하향 조정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국·과장 권한을 강화해 실무에 강한 조직을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인사혁신처도 올해 안에 기관별 공직문화 혁신 현황을 알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기로 했다.

새 정부 국정 비전인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구현하고 중점 과제인 규제 혁신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공직문화 혁신을 추진한다는 취지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은 "이번 기회에 인사체계 전반을 점검해 적극 행정, 자율행정, 생산성 중시 행정으로 공직문화를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