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정권교체가 이룬 정치 역사에 한페이지를 장식한 한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으로 당선돼 국민의힘은 야당에서 여당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의결정족수가 많은 민주당이 거대 야당이라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 한편 국민들이 절반이상 코로나에 감염됐다. 마스크를 벗어야 할지 고민이다. 더불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이른바 3고 충격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최근들어 강대국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이는 북 핵개발로 이어지는 우를 남기는 한해로 결산되고 있다. <편집자 주>

1. 윤석열 당선...용산시대 개막과 청와대 개방

올해 3월 9일 치러진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해 3월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은 뒤 불과 1년 만에 '0선'의 정치신인으로 대통령에 당선되는 드라마를 썼다.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고, 청와대를 일반 국민에 개방한 것이 대표적이다. 관저도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을 개조해 입주했다.

2. 이태원 압사 참사

10월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158명이 압사하고 196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하면서 전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핼러윈을 앞둔 주말 이태원동 일대에 10만 명이 넘게 몰렸고, 해밀톤 호텔 옆 좁은 골목에서 밀집된 인파가 뒤엉키며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희생자의 약 90%가 20·30대 젊은이였다.

3. 국민 절반이 코로나 확진…거리두기 일상회복

코로나19 유행 3년 차인 올해는 영업시간이나 모임 인원을 제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일상 회복'에 속도가 붙었다. 올해 초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으로 공식 집계상 국민 절반가량(14일 기준 누적 확진자 2천792만5천572명)이 감염자가 된 것도 역설적으로 일상 회복을 앞당기는 한 요인이 됐다. 각종 방역 조치는 해제 또는 완화됐다. 9월 26일부터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적으로 풀렸다. 실내 마스크는 언제 벗을지 주목된다.

4. 공무원서해피격, 탈북민 강제북송 책임소재 누구?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의 최종 승인자인 문재인 대통령까지 수사여부가 검찰에서 이뤄질 것이냐가 관건이다. 강제북송 사건은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이 탈북어민을 북송한 책임을 물어 문 전대통령을 반인도범죄 공모 를 들어 검칠에 고발했다. 이와함께 공무원 서해 피격사건도 수사가 활발하다. 이 사건은 우리공무원이 해상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에게 무참하게 총격당하고 시신까지 불태운 엽기적이고 비인륜적인 사건이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 서훈 전 안보실장을 구속하고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소환하는 등 윗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역시도 문 전 대통령을 향한 책임소재가 '초미관심사'다.

5. 카카오 '먹통'에 초연결사회 마비

카카오 계열 서비스가 10월 15일 경기 성남시 SK 주식회사 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일어난 불로 장애를 일으켜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카카오는 이곳에 서버 3만2천 대를 뒀으나 이중화 복구 시스템을 제대로 못 갖춰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카카오T 등 주요 서비스들이 길게는 닷새 넘게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카카오 계열 서비스가 모두 복구되기까지는 127시간 33분이 걸렸다. IT 장애가 대한민국 일상을 스톱시킨 인재사고로 드러났다.

6. 3고(高) 위기속 부동산 침체·자금시장 경색

2022년 들어 한국 경제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高)' 충격으로 연초부터 녹록치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부양책의 결과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7월 6.3%까지 올라 23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물가가 급등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맞춰 한국은행도 5·7·8·10·11월에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 중 7월과 10월에는 유례없는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은 부동산시장 및 금융시장에도 충격을 줬다.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면서 주택 매매 값과 전세 값은 하반기 들어 급락했다.

7. 세계 7번째 실용위성 우주발사 자체성공…우주 강국 반열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가 6월 21일 우주로 날아올라 실용 인공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누리호는 이날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돼 약 13분 만에 목표 궤도인 700㎞에 올랐고, 14분과 16분 각각 162.5㎏의 성능검증위성과 1.3t의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안착시켰다. 검증위성은 남극 세종기지, 대전 지상국과 교신에 성공했다. 한국은 이로써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인도, 일본, 중국에 이어 1t이 넘는 실용 위성을 자력으로 우주에 띄운 세계 7번째 나라가 됐다.

8. 러시아, 우크라 침공…핵위기·에너지 난

2월 24일 러시아가 '특별 군사작전'을 선포하며 우크라이나를 침공, 세계를 위기에 몰아넣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추진해 자국을 위협했다고 주장했으나, 서방은 정당하지 않은 공격이라며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나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전쟁이 유럽 한복판에서 터지면서 국제사회는 사실상 신냉전 체제에 접어들었다. 서방은 경제 제재의 칼을 뺐고, 러시아는 가스공급 중단 등 에너지 무기화로 맞섰다.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인 1천700만명 이상이 피란민이 됐고, 민간인 6천∼8천명이 죽었다. 러시아군은 10만명 넘게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9. '세계 인플레 시대'…미국 등 초고속 금리인상

1970∼80년대 이후 자취를 감춘 기록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세계 경제를 덮치면서 미국 등 각국이 일제히 초고속 금리 인상에 나섰다.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차질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식량 가격 급등까지 겹치면서 세계 물가는 수십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 확대로 외국자본 유출 등을 우려한 세계 주요국들도 줄줄이 금리 인상에 나섰다. 세계 주식·채권과 부동산 같은 자산 가치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고 경기후퇴 우려도 커졌다. 특히 신흥국들의 경우 물가 급등과 글로벌 자금 유출로 스리랑카가 대외 부채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는 등 위기가 깊어졌다.

10. '빅2' 美中 갈등 전방위 격화

미국 트럼프 행정부시절부터 강도 높은 관세 분쟁으로 대립해온 세계 양강 미국과 중국은 올 들어 무역은 물론 기술, 외교·안보 등 전방위에서 부딪혔다. 10월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중국을 '유일한 전략적 경쟁자'로 지목한 미국은 기술 부문에서 중국의 급성장을 견제하는 한편 중국의 영향력 차단을 위해 동맹을 규합하고 나섰다. 3월 한국·일본·대만에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Chip) 4 동맹' 결성을 제안하고, 5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키는가 하면 10월 첨단 반도체 등의 중국 수출 통제 방침을 발표하는 등 압박이 잇따랐다. 이에 맞서 중국은 4월 솔로몬제도와 안보협정을 맺는 등 남태평양에서 보폭을 넓혔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밀착 강도를 높이며 서방이 부과한 대러 제재의 힘을 뺐다. 양국 갈등은 중국의 경고에도 미국 의전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8월 12일 대만을 전격 방문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한편 미중 간의 갈등은 북한이 핵무기화와 관련 호시탐탐 대남공격의 일환으로 탄도미사일 발사로 위협하고 있다. 이는 중국을 믿고(?) 하는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