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이른바 '연구개발(R&D) 이권 카르텔'과 관련해 "카르텔적 요소가 있었다는 것이 사실"이라며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안 감축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일부 과학계의 항변에는 조목조목 사례를 들어 반박하는 등 적극적으로 불만 진화에 나섰다.

7일 주 본부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특정 중소기업을 대신해 (사업 계획서 등을) 써주는 컨설팅 회사가 있었다든가, 능력이 없는 중소기업에서 그것들로 생존했었다는 사례가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심의와 조정, 성과평가를 담당하는 혁신본부를 이끄는 주 본부장은 이날 R&D 예산안이 대폭 감축된 데 대한 과기계 일각의 비판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앞서 내년도 정부 R&D 예산안은 올해 31조1천억원보다 16.6% 줄어든 29조5천억원으로 편성됐다.

주 본부장은 이에 대해 일반 재정사업으로 재분류된 1조8천억원을 고려하면 실제 감축 규모는 10.9%라면서 "지난해 발표된 올해 예산안에서 산업·중기 분야는 18%, SOC(사회간접자본)는 10.2%, 문화분야는 6.5% 감소라는 구조조정이 이미 이뤄졌는데, R&D 분야 구조조정은 올해 이뤄진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취임 초 '코리언 R&D 패러독스'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우리나라에서 R&D에 들어가는 돈에 비해 성과가 적다는 것을 사람들이 비판한 것"이라며 R&D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이번 예산안에서 '중소기업 뿌려주기식' 보조금성 R&D가 많이 줄었다며 "생존 능력이 없는 중소기업, '좀비 기업'이라고도 하는 기업을 계속 유지시키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이냐. 건전한 중소기업 생태계를 위해서도 그런 기업은 도태시키고 건전한 기업들이 더 갈 수 있도록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기초 연구 예산안이 6.2% 감액된 것과 관련해서도 "기초 연구 예산이 지난 5년 동안 2배 증가했는데, 거기서 6.5% 감액된 것이 기초연구에 피해를 줄 정도는 아니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산 감축으로 인해 출연연 등에서 그만두는 박사후과정(포닥) 연구원이 있다는 지적에도 "포닥은 정의 자체가 임시직"이라며 "예산이 증가한 전략기술 분야 포닥은 늘어날 것이고, 한 분의 사례로 보기보다는 거시적 관점에서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4대 과기원에서 예산 부족으로 연구실 학생을 받지 못한다거나 휴학을 권유하는 사례가 있다는 주장에도 학사 관련 사업비는 전혀 줄지 않았고, 연구비 9% 삭감분은 그동안 증가했던 부분을 고려하면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그는 R&D 비효율 문제가 지난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문제 제기로 본격 대두된 것과 관련해서는 "국가 전체적인 재정과 나라 살림에 대해서 보는 국가재정전략회의 결과를 (R&D 예산안에도) 반영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숫자로 결정된 것은 국가재정전략회의라는 틀에서 다시 맞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연구개발(R&D) 국제 협력과 관련해 "우리나라가 '갈라파고스'로 R&D를 혼자 할 수 없다.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가 어떤 나라냐는 질문에는 "분야별로 다 다를 것"이라며 특정 국가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주 본부장은 "혁신본부가 조종자가 아니라 플레잉 코치로 현장과 잘 소통하면서 중간자 역할을 하겠다"며 "현장에서 혼란이 없을 수 없겠지만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오해가 있던 부분은 오해를 풀어드리고, 심각한 문제가 있으면 해결될 수 있도록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