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대참사로 대한민국은 공황상태다.
당장이라도 뛰어올 것 같은 생때같은 어린 학생 250여명 등 총 302명의 사망·실종자라는 초유의 대참사를 맞아 바다도 울고, 하늘도 땅도 울었다.

일상은 활력을 잃었고 한숨은 곳곳으로 번졌다.
안전에 대한 무감각과 불감증에다 기본적인 안전매뉴얼이나 구조시스템 조차 확보하지 못한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분노는 시민들의 공허한 눈빛 속에 깊이 자리잡았다.

모든 정치권은 숨 죽였다.
국민적 공분은 어찌 그리 잘 아는지 여야간의 정쟁은 뚝 끊겼다. 지방선거가 코앞인데도 여야는 마치 경쟁하듯이 경선일정을 연기했다. 지금쯤이면 온갖 네거티브가 난무하고 마타도어도 심심찮게 나올 판인데 고요하다.

혹여 말 실수 할까봐, 사진한장 잘 못 찍힐까봐, 정치인과 관료들은 그저 몸을 낮추고 복지안동(伏地眼動)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지금처럼 국민의 눈치(?)를 보며 정치한다면 여당이건 야당이건 바른 정치를 했을 법하다.

세월호 침몰사건의 책임을 두고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이 1차적 책임임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의 사실이다.
하지만 20년이상의 노후화된 세월호가 버젓이 운행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점, 안전을 도외시한 선박의 무리한 개조와 증축을 허가한 점, 그리고 침몰과정과 이후 구조과정에서 드러난 재난대책의 부실은 우리 사회시스템의 무한책임이다.

이는 곧 그 한국사회의 안전을 책임지는 주체, 여야 정치권과 정부 및 관련기관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안전부재의 한국을 제대로 고발하지 않고 사건이 발생한 연후에도 선정적 보도에 급급하는 언론의 책임도 적지 않다.

6ㆍ4 지방선거는 청와대와 정치권, 행정부를 위시한 관료집단, 언론인을 포함한 사회지도층 모두가 너나없이 반성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치러져야 한다.

사회 곳곳에 철두철미한 안전대책을 세워 희생자의 영전 앞에 바치는 선거,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고 그 뜻을 헤아리며 소통하는 조용하지만 의미 있는 선거가 치러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