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야 정치권은 극한 대립으로 사사건건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반면, 송 전 대표는 구속 수감됐다. 또한 북한의 대남도발 일환으로 군사정찰위상 발사로 남북관계를 물론 북미관계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더불어 국내치안상태는 구멍이 뚫려 잇단 납치살해·흉기 난동 흉악범죄에 국민들이 위협을 당했다. 또한 2030부산엑스포 유치 불발로 국민들이 실망했지만,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을 우주통신국으로 진입을 다졌다. 다행스러운 일은 강제징용 해법으로 한일관계 급속 개선되는 등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편집자 주>

◇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구속영장 기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의혹을 받는 이 대표에 대한 첫 체포동의안 표결이 있었던 2월 27일에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해당 안건은 부결됐다. 문제는 상당수의 이탈표가 나온 결과였다. 이후 검찰은 9월 18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주류의 대규모 이탈 속에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단식 중이던 이 대표는 9월 2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해 결백을 호소했고, 이튿날 새벽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올 한해 여야 국회정치는 반복과 대립, 갈등의 다사다난한 해 이었다.

◇ 韓日관계 급속 개선...강제징용 해법

냉랭했던 한일관계가 강제징용 해법으로 급속히 개선됐다. 정부가 3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일본 피고 기업을 대신해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판결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즉 '제3자 변제' 방식으로 한일관계가 개선된 계기를 맞았다. 한일 정상회담이 올해에만 7차례 열리는 등 셔틀 외교가 전면 재개됐고, 수년간 멈춰있던 양국 정부 간 각종 협의체도 속속 복구됐다. 한일관계 개선을 동력으로 한미일 협력 강화에도 탄력이 붙었다. 한미일 3국 정상은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최초로 독자적인 정상회의를 열고, 3각 안보 공조를 심화하는 것을 넘어 '가치연대'로 뭉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 北, 군사정찰위성 발사로 남북 단절 악화

정부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계기로 2018년 체결한 9·19 남북군사합의의 일부 효력을 정지했다. 남북 간 합의서에 대해 우리 정부가 먼저 이행 중단을 선언한 첫 사례다. 2019년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냉각된 남북 관계는 남북 연락채널까지 끊었다. 북한은 4월 7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 양쪽 남북 연락채널을 일방적으로 차단해 현재까지 6개월 넘게 정기 통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 무너진 교권…교직 사회 분노 폭발

무너진 교권으로 교직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7월 18일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의 2년 차 신규 교사 A씨가 학교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A씨가 1학년 담임을 맡으며 학부모 민원에 지속해서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교직 사회의 분노가 폭발했다. 교사들은 숨진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9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지정하며 고인을 추모하고 교권 회복을 촉구하면서 단체로 연가·병가 투쟁에 나섰다. 무너진 교권사회를 보며 교직자들의 화가 극에 달했다.

◇ 새만금 잼버리 파행

한여름 전북 부안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부실한 폭염 대책, 열악한 위생 등으로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에 중앙부처와 지자체 사이 책임소재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놓고 여당 의원들은 대회 개최지인 전북도를, 야당 의원들은 정부 부처로 구성된 조직위가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였다. 이후 정부가 예산 70%가량을 삭감하는 '새만금 개발 재검토'를 발표하면서 후폭풍을 겪었다. 문재인 정권시절 그 많던 예산이 쓸곳은 못쓰고 엉뚱한데로 사라졌다는 비판이 일었다.

◇ 2030부산엑스포 유치 불발

정부와 부산시, 재계 등이 '코리아 원 팀'(Korea One Team)으로 추진한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가 불발됐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와 경쟁한 부산은 11월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의 2030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29표를 얻는 데 그쳐 119표를 쓸어 담은 리야드에 패했다. 막판 팽팽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관계자의 영혼없는(?) 보고가 도마에 올랐다.

◇ 치솟는 고물가...서민도 기업도 어려워

가공식품과 외식 등 먹거리 물가 상승률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년 넘게 웃돌았다. 처분가능소득 증가율도 지난해 3분기 이후 5개 분기 연속 상회 중이다. 특히 먹거리 물가가 다른 품목에 비해 부담이 더 컸다. 식품 기업들은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인건비, 전기요금 등 제반 비용이 일제히 올라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했었다. 소비자 단체들은 원재료 가격에 비해 제품 가격 인상이 과도하다며 가격 인하를 촉구했다. 기업들도 원부자재 급격한 인상으로 채산성이 떨어져 대부분 적자기조를 나타냈다.

◇ 與野 극단의 진영정치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진영 논리와 이념 투쟁으로 극한 대치를 이어갔다. 총선을 앞두고 국회에서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가결, 현직 검사 탄핵소추안 가결 등 '사상 초유' 상황이 잇따랐다. 장관 등 지명자 청문회 후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는 일도 되풀이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사례는 39건 중 16건(41.0%)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내년도 예산안은 또 법정 처리 시한을 넘겼다. 내년 총선을 위한 선거구 획정 및 선거제 개편 협상은 총선 넉 달 전까지 공전 중이다.

◇ 송영길 前 민주당대표 구속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12월 18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후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송 전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3∼4월 국회의원 교부용 돈 봉투 20개를 포함해 총 6650만원을 당내 의원 및 지역본부장들에게 살포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스폰서로 지목된 사업가 김모씨, 무소속 이성만 의원으로부터 송 전 대표가 각각 부외 선거자금 5000만원, 10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 검찰 조사 결과다. 또 송 전 대표는 2020년 1월∼2021년 12월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 연구소’(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등 7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총 7억 63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 與, 한동훈 법무부 장관 비대위원장 지명

한동훈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을 제안받고 이를 수락했다. 한동훈 장관은 법무부 장관직에서 사퇴했하고 본격 정치일선에 나섰다. 하지만 한동훈 장관의 지명에 친윤계와 비윤계의 의견 충돌이 있었다. 친윤계는 혼란한 정치 상황을 수습할 인물로 한동훈 장관을 지지하는 반면, 비윤계는 한동훈 장관의 정치 경험 부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시다. 한동훈 장관이 기자들과 만나 정치 경험 부족에 대한 질문에 대해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함께 가면 길이 되는 것"이라며 경험에 대한 의미를 강조했다. 차기 대선주자로 한 장관이 본격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