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란 전 대법관이 2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4 함께하는 조정 포럼' 특별 강연에서 "재판보다 조정과 화해가 분쟁해결 수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란 전 대법관이 "재판보다 조정과 화해가 분쟁해결 수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23일 김 전 대법관은 오후 서울중앙지법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4 함께하는 조정 포럼' 특별 강연에서 "사법의 미래를 크게 내다보고 조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정은 사건 당사자가 판결을 받기 전에 서로 절충안을 찾아 분쟁을 끝맺는 제도다. 소송 전 단계에서 조정이 이뤄지기도 하고 재판을 맡은 법원이 조정을 성립시키기도 한다. 당사자들은 시간과 비용을 아끼고 사법부도 한정된 자원의 낭비를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 전 대법관은 "중앙지법의 경우 작년 본안 사건이 30만7천여건이었는데 이 중 조기에 조정에 회부된 사건은 1만300여건에 불과했다"며 "굉장히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대법관은 이어 "늘어나는 사건 수에 비례해 판사 수를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소송을 비소송화 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려면 조정과 재판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정과 재판의 분리는 지금처럼 소장을 접수한 법원(수소법원)이 재판 도중 조정을 진행하는 경우 당사자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고 재판의 신뢰성과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염두에 둔 방안이다.

김 전 대법관은 이와 관련 "독립된 조정 법원을 설치하고 조정을 거친 다음에 재판을 받도록 사실상 '조정 전치주의'를 도입해야 한다"며 "조정 전담 법관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법관은 "조정 제도를 활용하면 법리와 법 감정이 괴리되는 사건을 잘 마무리할 수 있다"며 "유연하고 비정형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해 법원과 당사자에게 모두 좋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포럼은 지난 3월 소송절차개선연구협의회를 구성한 서울중앙지법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함께 준비한 첫 행사다. 조정 절차에서의 소통을 주제로 특별 강연과 주제 발표, 토론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