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불쑥 정홍원 현 총리의 유임카드를 내밀었다.

2기내각의 수장으로 면모를 일신할 후임총리에 잔뜩 기대를 모았던 상황으로 보면 완전히 김빠진(?) 모양새이다.

이를 감수하면서도 정 총리 유임카드를 내민 것은  불가항력적인 현 상황이 불러온 '마지막 수순'이라 평할 수 있다.

청와대와 여권이 이러한 패를 꺼낼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은 어떤 것일까.

이는 크게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더 이상의 행정공백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이유다.

일신과 개혁은 아니더라도 우선은 최소한의 현상유지라도 해야한다는 절박함이 엿보인다.

안대희, 문창극으로 이어진 연이은 총리후보자 낙마로 행정부 시스템이 ‘좌충우돌’하는 현 상황을 어떻게든 넘겨야 한다는 현실론의 발로인 셈이다.

둘째는 후임 총리 인선이 이뤄질 경우 7.30재보선까지 청문회정국이 불가피해 청와대와 여권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배경때문이다

지난 24일 장관급 8인의 청문회 접수 이후 야권은 연일 비토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정치비리 의혹에 연루됐던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와 논문표절 논란을 빚은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일대 결전을 예고하는 등 벌써부터 여야간의 한판 대결이 예상되는 정국이다.

여기에 다시금 후임 총리인선과 지명, 청문회로 이어지는 수순을 밟게 될 경우 향후  한달이 넘도록 청문회 정국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그 어느때보다 엄격한 도덕적 기준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후임총리마저 구설에 오른다면 청와대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상황을 맞게 된다.

셋째는 후임총리 인선을 위한 시간벌기이다.

세월호 침몰사고에 이은 책임과 내각 혁신을 위해 정홍원 총리는 이미 사퇴서를 제출한 인물이다.

참사이후 민심이반을 수습하고 국면전환을 꾀해야하는 시점에서 사태수습에 책임이 있는 정 총리로 2기 내각을 이끌기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

경질이 기정사실화 됐던 정 총리를 다시 주저 앉혀 정홍원 체제로 행정부를 이끄는 것은 한마디로 ‘울며 겨자먹기’내각이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청와대 인사수석실 신설 등 그동안 인사에 문제가 됐던 점들을 보완한 이후 후임총리를 내올 개연성에 무게가 실린다.

정홍원 총리는 결국 7.30재보선 이후 상황 전개에 따라 언제든지 버리거나 교체할 수 있는 카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