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방문 때 중국 고사성어나 고전을 자주 인용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4일 서울대 특강에서도 성어와 옛 시를 인용하면서 방한 핵심 메시지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시 주석은 이날 북핵 문제와 관련, '빙동삼척비일일지한'(氷凍三尺非一日之寒·세 척이나 쌓인 얼음도 한나절의 추위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라는 성어를 제시했다.

그는 "관련국들은 충분한 인내심 유지하면서 계속 적극적으로 대화와 접촉을 해나가야 한다"면서 이 표현을 사용했다.

명대 소설 금병매에서 나온 이 문장은 어떤 현상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꾸준한 노력이 따라야 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여기에는 북핵 문제가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당사국 간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는 중국의 외교적 입장이 녹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또 당나라 시인 이태백의 행로난(行路難)에 나오는 '장풍파랑회유시 직괘운범제창해'(長風破浪會有時 直掛雲帆濟滄海)라는 시구에 한중관계 도약의 염원을 담았다.

"거센 바람이 물결 가르는 그때가 오면, 구름 돛 달고 푸른 바다 헤치리라"라는 뜻의 이 시구는 최근 중국의 지도자들이 커다란 희망을 품은 여정을 설명하면서 곧잘 비유하는 말이다.

이 밖에도 시 주석은 날로 가까워지는 한중관계의 중요성을 중국의 속담에 비유, "백금으로는 집을 살 수 있고, 천금으로는 이웃을 살 수 있지만, 좋은 이웃은 돈으로도 바꿀 수 없다"고도 말했다.

시 주석은 자국 고사나 고전뿐 아니라 한국의 역사와 문화도 메시지 전달에 활용했다.

그는 "한국 고대 시인 허균은 간담매상조 빙호영한월(肝膽每相照 氷壺映寒月·간담을 매번 서로 밝게 비추고 빙호를 찬 달이 내려 비추네)이라는 글을 남겼는데 이는 양국 국민의 우정을 형용하기에 완전히 적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청중의 박수를 끌어냈다.

또 청년들이 한중 양국의 미래라는 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는 '백일막허도청춘부재래'(白日莫虛渡靑春不在來·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청춘은 다시 오지 않는다)라는 안중근 의사의 유묵 글귀를 인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