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학 교육이 바로 서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붕괴할 것입니다."
1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4 서울 세계수학자대회(ICM) '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인가?'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은 이같이 한목소리로 수학·과학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명환 대학수학회장은 "교육과정이 개편되면서 고등학교 수학·과학 과정이 10학점으로 줄었다"며 "수학·과학은 과학기술 시대에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소양이며 10학점은 고등학교 졸업자가 지녀야 할 소양을 기르는데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 또한 수학·과학을 제대로 교육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 박 원장은 "일각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질 테고 원하는 학생은 심화로 수학·과학을 들으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 고등학교에서는 이러한 선택의 자유가 학생에게 보장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학·과학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학생이 대학에서 기계공학 등을 전공한다면 (학업을 따라잡지 못해) 대학 교육이 붕괴되고 대한민국의 미래가 붕괴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때문에 대한수학회, KISTEP, 한림원, 자연대와 공대 학장협의회는 정기적으로 모임을 열어 수학·과학을 줄이려는 교육계에 대응하는 논리를 개발하고 반대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김 회장은 "교육 전공 학자들과 교육부가 교육과정을 알아서 정하고 시행하는 일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며 "잘못된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을 전면적으로 바꿔 21세기 대한민국에 맞는 핵심 교육과정에 대해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내린 뒤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나오는 것은 결국 수학 교육자들의 책임"이라며 "수학이 왜 필요한지, 어디에 쓰이는지 등을 학생들에게 자꾸 보여주면 어려워도 할 텐데, 그걸 가능케 할 콘텐츠 개발부터 교사 양성까지 많은 예산이 드니 시행하기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잉그리드 도브시 국제수학연맹(IMU) 회장과 장 피에르 부르귀뇽 유럽연구위원회(ERC) 위원장 등 외국 패널들은 학생들이 수학에 대한 관심을 잃어가는 것과 교육에서 수학의 비중이 점차 낮아지는 것이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도브시 회장은 "점점 많은 일상이 수학과 관련있어진다"며 "빅데이터 등 수학·과학과 관련된 새로운 주제가 나왔을 때 사람들이 그것이 뭔지도 모른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들이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 또한 제대로 된 수학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다.

부르귀뇽 위원장은 "수학 공동체를 구성해 학생들이 어릴 적부터 수학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들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준다"며 "대부분 아이들이 수학을 어려워하고 자신 없어 하는데 수학과학계에서 책임감을 느끼고 이들의 관심을 증진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브시 회장은 "학생들이 수학을 재밌게 느끼게 하려면 교수법이 진화해야 할 것"이라며 "교실에서 볼 수 있는 수학 교육만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수학이 교실 밖에서 어떻게 더 실생활과 연관될지 또한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