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고서도 퇴직 전 업무와 관련 있는 곳에 취업한 퇴직 공직자가 20%를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참여연대는 작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공직자윤리위가 퇴직 공직자 257명을 심사, 취업을 허용한 224명 가운데 최소 49명(21.9%)이 퇴직 전 소속기관이나 부서와 업무연관성이 있는 업체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날 참여연대가 발간한 '퇴직 후 취업제한제도 운영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퇴직 공직자들의 '수상한' 취업은 국방부 소속이 15명으로 가장 많았다는 것.

경찰 출신 6명, 농림축산식품부와 조달청이 각각 4명으로 뒤를 이었다.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팀장과 해군본부 군수참모부 시설처장을 역임하다 퇴직한 한 공직자는2011∼2012년 미군기지 이전사업 건설공사를 수주한 현대건설의 자문으로 취업했다.

육군 5사단 전차대대장 등을 지내고 7월 31일 퇴직한 한 인사는 다음날 현대로템의 차장으로 영입됐다. 현대로템은 국내 유일의 육상용 전차 개발·생산업체다.

광주북부·남부경찰서장, 대구남부·북부 경찰서장 등을 역임한 전직 경찰 2명은 경비업체인 에스원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경비업체에 대한 허가 및 지도·감독 권한은 경찰청과 각 지방경찰청에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소속 공직자는 김치협회 전무이사나 제당협회의 전무이사로 들어갔다. 이들 협회는 농림축산식품부의 검사·감독을 받아야 하는 기관이다.

조달청 소속 공직자는 퇴직 후 정부조달품목을 공급하는 업체들의 모임인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의 전무이사나 한국기계공업협동조합연합회의 전무로 취업한 사례도 있다.

같은 기간 심사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취업했다가 뒤늦게 적발된 퇴직공직자는 50명이었다.

공직자윤리위는 이 중 1명에 대해 과태료 부과 및 해임요구 조치를 했고 25명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했다. 나머지 24명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업무연관성과 이해충돌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는데도 취업을 제한하지 않은 것은 공직자윤리위가 안전행정부 산하에 있어 독립성이 약하기 때문"이라며 "또 심사대상자에 대해 온정적인 심사를 하고 소속 부서 업무로만 연관성을 따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공직자윤리위의 위상과 독립성을 높이고 업무연관성을 소속 부서가 아니라 소속 기관으로 확대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