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한국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산업의 한 축인 설계 부문의 발전을 기반으로 삼아 메모리 반도체 제조로 보폭을 넓혀 '반도체 강국' 한국의 입지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산업연구원은 '약진하는 중국 반도체산업' 보고서에서 팹리스(fabless)로 불리는 반도체 설계전문업체를 중심으로 중국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업계가 자국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으며 질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중국의 반도체 설계 분야 매출액은 57억600만 달러로 전년보다 28.1% 급증했다. 매출액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은 6.0%에서 7.0%로 커졌다.

반면 한국의 매출액은 17억4천400만 달러로 2.6% 증가하는데 그쳐 세계시장 점유율이 2.3%에서 2.1%로 작아졌다.

점유율 세계 1위는 미국(68.0%), 2위는 대만(17.2%)이다. 이중 미국의 점유율은 전년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대만은 0.3%포인트 상승했다.

세계시장에서 매출액 상위 20위권에 하이스(12위)와 스프레드트럼(16위) 등 2개 중국업체가 포함됐지만, 한국 업체는 하나도 없었다.

중국에는 500여개의 반도체 설계전문회사가 있다. 세계에서 반도체 수요가 가장 많은 중국은 반도체 공급의 대부분을 외국기업에 의존하고 있지만,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3년 중국의 반도체 수입액은 전년보다 20.4% 증가한 2천313억 달러에 이른다"며 "원유 수입액보다 많은 반도체 수입을 줄이고 제조업의 고도화를 위해 반도체 국산화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수입 대체를 위해 반도체산업 발전기금, 대규모 집적회로(IC) 제조장비 및 공정기술 개발 등 전방위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주 연구위원은 "중국의 이런 정책은 현재 한국, 미국, 일본 중심의 세계 반도체업계 판도에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며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산업에 진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국 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만 집중하지 말고 중국 반도체 설계전문업체의 인수나 합작, 대만 반도체 설계업체와 협력체계 구축 등을 통해 설계 능력을 키우고 중국시장 개척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