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우리나라 국회의장에 해당하는 호주 하원의장이 사임했다.

소속 정당의 모금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단돈(?) 450만원을 들여 80㎞를 헬기를 타고 이동했다는 게 문제가 됐다.

28년간 상·하원 의원을 지낸 여성 정치인에게 호주 사회는 아주 엄격한 '제로 톨러런스(Zero Tolerance·무관용)'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우리 국회의장이 450만원을 들여 헬기를 이용했다면 '과연 사임에 해당하는 단죄를 했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웬지 스산해 진다.

요즘 수천억원대의 국정원 등의 특수활동비에 대해 감사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해 여야간에 논란이 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회의 특수활동비는 어떠할까? 한햇동안 84억원이다. 결코 적지 않은 액수이다.

얼마전 국제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에서 지난해 한국은 조사대상 174개국 중 43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순위권에 라트비아, 몰타, 슬로베니아 등의 국가들이 몰려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부패척결과 청렴에 대해 역대정권에서는 하나같이 '발본색원'을 약속했다.

지난 대선에도 여당은 특별감찰관제를, 야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올해 3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처음 임명됐지만 감찰 대상은 대통령 친인척과 청와대 고위직에 한정돼 있다.

지금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 상태인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지난 1월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대상자를 장관급 공무원으로 확대하자는 특별감찰관법 개정안을 냈다. 그런데 장관급은 포함시키면서 역시나 국회의원은 쏙 뺐다.

자신들을 예외로 하려는 의원들의 행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른바 '김영란법'에서도 민원해결이란 이유를 달아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의 청탁 행위는 예외로 규정했고, 애초 법안의 핵심인 이해충돌 방지조항도 제외했다.

추석이 가까와 온다. 요즘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는 선물상자 택배들이 가득하다.

이 꾸러미들이 예로부터 추수를 축복하며 지인들과 계란과 과일 등으로 감사와 고마움을 나눴던 미풍양속의 선물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