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법안제출…일각선 "교섭단체 요청에 무조건 수사, 정쟁에 악용" 우려

더불어민주당이 현재 수사지휘권과 공소권을 독점한 검찰 조직 이외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해 전직 대통령까지 포함하는 고위공직자들의 비리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공수처가 직접 범죄를 인지하거나 사정기관으로부터 수사의뢰를 받지 않더라도 국회 원내교섭단체의 요구가 있을 경우 반드시 수사하도록 하는 방안을 입법화할 방침이어서 주목된다.

21일 제1야당이자 원내 2당인 더민주의 민주주의회복 태스크포스(TF)는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공수처 설치 법안을 조만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국가인권위원회와 마찬가지로 별도의 독립기구의 지위를 갖는다.

공직자의 직무상 범죄행위나 정치자금법 위반 행위에 대해 수사를 하며 기소와 공소유지 업무까지 함께 맡는다.

대신 공수처 감찰관이 비리를 저질렀을 경우엔 검찰이 수사하도록 해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게 했다.

야권이 과거 수차례 제출했던 법안과는 달리 공수처의 수장인 처장 자격을 법조인으로 제한하지 않고, 특별수사관 가운데 현직 검사의 비중이 절반이상이 되지 못하도록 하는 등 검찰에 대한 견제기능을 강화했다.

공수처장의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차장 1명 및 특별수사관은 별도 인사위를 구성해 처장이 임명토록 했다. 처장과 차장의 임기는 3년이며 중임은 제한된다.

수사 대상은 법관 및 검사, 국무총리 및 행정각부의 장·차관급 이상 공무원과 대통령실 소속 공무원에 더해 전직 대통령도 포함시켰다. 대상자 본인과 함께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형제·자매에 대해서도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박범계 TF 팀장은 "지금까지 제안된 법안 가운데 가장 광범위한 수사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수처가 국회 교섭단체로부터 의뢰가 있을때도 반드시 수사를 실시하도록 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공수처가 정당들의 정쟁에 이용될 소지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더민주는 공수처 추진에 협력키로한 국민의당과 논의를 거쳐 내주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과거에도 야권은 수차례 공수처 신설을 추진했다가 번번이 무산됐지만 20대 국회는 여소야대 국회가 만들어진 만큼 이번에야말로 입법이 현실화될 지 주목된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8월 임시국회에서 공수처 법안을 최우선 법안으로 삼아 협상에 나설 것"이라며 "여소야대 국회인데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 중에서도 찬성하는 분들이 적지 않아 어느 때보다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에서 구체적인 반응이 온 건 없다"면서도 "협조를 요청하면서 새누리당이 협조 안해줄 것에 대비해 계획을 짜면 불신하지 않겠느냐. 최대한 설득할 계획인데 이 정도 내용이면 새누리당에서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검찰 개혁을 위한 대선 후보 당시의 약속을 지켜달라"며 "그것만이 레임덕 현상이 조기에 나타나는 걸 막을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박범계 팀장은 "공수처법안만이라도 통과된다면 한국 사법기능에 큰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사실상 전체 검찰 개혁 과제의 7할 정도가 완수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TF는 이 밖에도 검찰인사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할 방안 및 감찰규정 강화 방안 등을 검토해 추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기소독점주의를 제한하기 위해 재정신청의 범위와 기간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역시 이날 공수처 신설 법안을 발의했다. 더민주는 정의당과 법안 발의는 따로하되 추후 공조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의당의 법안은 공수처가 공직자들의 직무에 관한 죄와 정치자금법 위반 행위 외에도 직권남용죄, 김영란법 위반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노 원내대표는 "검찰의 수사권 약화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지금은 고위공직자들의 비리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가 필요하다"며 "지금이야말로 검찰개혁의 최적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