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들의 공천 개입 논란이 전당대회를 20일 앞둔 새누리당 내부에 심상찮은 전선(戰線)을 형성하고 있다.

비박(비박근혜)계는 당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면 법적 조치까지 취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고, 수세에 내몰린 친박계는 이번 사안을 '공작정치'의 일환으로 규정하면서 "더이상의 분란을 조장하지 말라"고 맞서고 있다.

21일 비박계 정병국 의원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분명한 것은 선거를 앞두고 권력의 실세들이 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려고 협력했다는 것"이라며 "이 시점에서 공작이냐, 아니냐라고 얘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낯을 들기 어려울 정도"라며 "당에서는 신속히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과정에서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법적 조치까지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박계의 김성태 의원도 PBC라디오에 출연해 "누가 언제 어떻게 잘못했는지 명확히 밝혀졌는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주객전도, 적반하장 식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또 다른 비박계 이혜훈 의원은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볼썽사나운 일을 연일 연출하는 집권여당 소속이라는 사실만으로 국민 앞에 얼굴 들기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려면 진실규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특히 "대통령 뜻도 아닌데 현기환 전 정무수석이 자신의 뜻을 대통령 뜻이라고 마구 팔았는지가 중요한 대목"이라며 "이런 것들을 밝히지 않고 그냥 덮고 넘어간다면 한국 정치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4·13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서울 은평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재오 전 의원은 전날 오후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완전한 공갈협박"이라며 "당을 손아귀에 넣고 뒤흔든 관계자들은 엄중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의원은 새누리당을 제대로 된 정당으로 만들려면 녹취록에 등장하는 최경환·윤상현 의원,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뿐만 아니라 이한구 당시 공천관리위원장, 박근혜 대통령이 당에서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한때 범친박계로 분류됐던 이주영 의원도 가세했다. 이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 후 취재진과 만나 "참 잘못된 일이고 중진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다"면서도 "이 문제를 갖고 다시 분란을 확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21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친박계 인사들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녹취한 김성회 전 의원이 최근 언론에 녹취록을 공개하기 이전부터 수차례 폭로 위협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녹음에 보면 김 전 의원이 '지역구 변경하라는 게 VIP(대통령) 뜻이냐'라고 반복적으로 물었는데 이는 답변을 유도한 것"이라며 "김 전 의원이 이를 녹취했다가 공천에서 탈락하니까 주변에 (녹취록을) 터뜨리겠다고 말하고 다녔고 (전당대회를 앞둔) 이 시점에 터뜨렸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나한테도 수차례 전화가 왔었고 김무성 대표도 연락을 받은 뒤 나한테까지 전화를 했다"며 "김 전 의원이 한두 군데 전화한게 아니더라"고 주장했다.

전대를 앞둔 시점에서 김 전 의원의 녹취록 공개가 우발적인 행동이 아니라 사전 기획됐을 것이라는 취지다.

서 의원은 또 "김 전 의원이 신설 지역구(경기 화성병)로 가기로 하고는 갑자기 내 지역구(경기 화성갑)에 예비후보 등록을 해버렸다"며 "그러니 윤상현 의원 등이 전화해서 상의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서 의원은 "병으로 가기로 했다가 왜 굳이 갑으로 오려고 하느냐 그런 얘기를 나눈 것이지 공천 개입이 아니다"라며 "동료 정치인들 사이에 그런 정도 조언도 못하느냐"고 반문했다.

친박계 4선인 정우택 의원은 PBC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실관계 확인 없이 검찰 고발까지 언급하는 것은 소위 '비약의 사다리'를 너무 빨리 올라가는 것"이라며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들 수 있다"며 계파갈등 확산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류 친박계인 이정현 의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70년이 다 된 대한민국 정치의 후진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이어지는 사회자의 관련 질문에는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른다"며 대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