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내년 말 대선을 겨냥해 몸풀기에 나선 모양새다.

4·13 총선 이후 조심스럽게 운신해온 김 전 대표는 지난 14일 당대표 취임 2주년 기념 지지자 모임을 가진데 이어 21일에는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퓨처라이프포럼 2기 출범식 겸 1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당을 넘어 국회로 활동 반경을 넓힌 것이다. 특히 이 포럼은 대선의 의제로 이어질 수 있는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이목을 끈다.

지난 2013년 설립된 초당적 의원연구모임의 공동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지만 김 전 대표가 사실상 모임을 이끄는 '좌장'이다.

김 전 대표는 인사말에서 "19대 국회에서 퓨처라이프포럼은 18차례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많은 성과를 거뒀으나 입법에 소홀했다"며 "2기 퓨처라이프포럼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대비하는 입법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볼 때 멀리, 길게 보는 망원경과 세밀하고 꼼꼼하게 보는 현미경이 동시에 필요하다"며 "정치권이 현 세대와 미래세대를 잇는 다리를 건설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는 다만 최근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현안에 대해서는 일정한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세미나가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의혹, 친박(친박근혜)계 공천개입 녹취록 파문에 대해 "말 안 하겠다", "아는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 전 대표는 '8·9 전당대회에 비박(비박근혜)계 후보가 난립하는데 조정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아직 시간 많이 남았는데…"라며 웃음만 지었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 측은 "적절한 기회에 견해를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럼의 자문위원단에는 순천향대 김용하 교수, 유명희 전 청와대 미래전략기획관, 이각범 한국미래연구원장, 이상훈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이영찬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 등 정·관·학계 인사 30여명이 포진해있다. 김 전 대표가 출사표를 던질 경우 대선 복지공약의 토대를 닦을 '싱크탱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강연의 주제를 '저출산·고령화 사회와 삶의 질의 위기, 그리고 철학의 빈곤'으로 잡고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이 연사로 나선 점도 눈에 띈다. 박 전 총장은 중도세력을 아우르는 제3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며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만든 싱크탱크 '새한국의 비전' 원장이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는 그동안 경제단체나 사회단체가 개최한 토론회·세미나에 참석해 강연을 듣는 등 조용한 행보를 이어왔지만 지난 14일 지지자 모임을 계기로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행보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당시 지지자 만찬에는 1천500명이 넘는 지지자가 결집한데다, 김 전 대표가 "제가 선봉에 서겠다", "다시 한번 저 김무성을 믿고 힘을 모아달라"고 발언해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당대회가 끝나고 차기 지도부 체제가 꾸려지면 김 전 대표는 공개적인 대선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김 전 대표는 다음 달 초부터 전라남도 해남 땅끝마을을 시작으로 1박2일 또는 3박4일씩 전국을 돌며 민심청취에 나설 계획을 잡고 있다.

외국 방문도 고려 중이다. 다음달 말께 중국 연변대학교에서 개최하는 통일세미나에 직접 참석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김 전 대표 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