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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국 기자의 사람 사는 이야기(15)바다와 바람, 사진작가 이경희.
이용국 기자  |  yklee1@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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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14년 08월 06일 (수) 16:23:17
수정 : 2014년 11월 01일 (토) 18: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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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사진작가를 만나기 위해 부산을 찾았다. 마침 태풍이 북상하고 있던 부산은 잔뜩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고 있었다.

“지난 30년간 약사로 일했습니다. 사진은 10년 전 ‘운명적’으로 시작했죠."

10년 전, 그녀는 친구 중 한 명이 가져온 필름카메라로 처음 사진을 찍어보게 된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처음으로 피사체를 바라본 순간 마치 둘만의 비밀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느꼈다는 이 작가. 그리고 셔터를 누를 때 나는 철커덕 소리에 처음 남학생의 손을 잡았을 때처럼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듯한 떨림을 받았다고 했다.

강렬한 끌림에 이끌려 본격적으로 사진을 시작하게 된 그녀는 여러 선생님으로부터 이미지로 말하는 법, 사진가의 자세, 최고의 프린트를 만들어내는 방법, 사진 미학에 대한 철학적 배경 등을 공부해보도록 동기부여를 받았다. 무엇보다 그녀의 가장 큰 스승은 사진집. 잠들기 전에 항상 사진집을 펼쳐 들고 그 안에 담긴 이미지를 스승 삼아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무엇이든 한번 하고자 하면 끊임없이 연구하고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열정과 노력은 어디에 가서도 인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2007년 한국에서 열린 제1회 매그넘 워크숍에서 포트폴리오로 당당히 1등을 차지한 그녀는 미국에서 열리는 ICP 워크숍에 참가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후 오슬로, 뉴욕, 노스캐롤라이나 등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사진 관련 워크숍과 강의에 참가했다.

약사로서 바쁘게 일하고 있는 와중에도 8차례의 개인전, 20여 차례의 그룹전과 2권의 사진집을 냈다. 또한 <사진 행위에 나타난 환상성과 시간성에 관한 존재론적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내에서 누구도 이 주제에 대해 연구하지 않은 이경희 작가만의 독창적인 논문이었다. 단순히 박사학위를 따기 위한 억지로 짜내는 논문이 아닌 그녀 스스로 깊게 파고들어 즐겁게 연구했기에 나올 수 있는 논문이었다.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이자 제1회 매그넘 워크숍의 초청작가이기도 했던 데이비드 앨런 하비는 그녀에게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명함을 뿌릴 필요는 없다. 네 작품을 좋아하는 출판사 한 곳, 네 작업을 좋아하는 한 명의 큐레이터나 갤러리스트가 필요할 뿐이다.” 라고 말했다. 그 한마디에 용기를 얻은 그녀는 온전히 자신의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삶에서, 그리고 사진에서 훌륭한 선생을 만나는 것은 큰 행운이라고 말하는 이 작가. 사실 행운이란 단순히 아무에게나 찾아오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녀를 보면 행운이란 준비된 자에게 오는 것이 분명했다.

   
▲ 바다와 바람, 이경희.
   
▲ 바다와 바람, 이경희.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개인 작업은 스스로 삶에 대한 질문, 삶의 자세에 관한 작업입니다. 제가 담으려고 하는 작품들은 제가 없는 자화상이자, 말이 없는 이야기책이며, 명확한 답이 없는 끊임없는 질문들입니다.”

사진은 종종 그 대상이나 주제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그녀의 작업에서 대상과 작가는 절대 동일 공간에 함께 놓인다. 대상과의 강한 결속과 계속되는 소통, 끊임없는 상호관계성의 축적물인 셈이다.

“또한 <film map>이라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부산대학교 영화연구소에서 영화과 학생과 일반인을 위한 책 발간을 목적으로 영화 촬영지를 찾아가서 찍는 일종의 다큐멘터리 작업이죠.”

흥미로운 작업이다. 구체적으로 이 작업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물었다.

“하나의 장소는 이미 그 장소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를 촬영할 때는 그 장소의 정체성을 공간 개념으로 추상화하여 장소 선정을 합니다. 그러나 영화촬영이 끝난 이후에 그 장소에 가서 촬영할 때는 기본적인 장소의 정체성에 또 다른 정체성이 입혀지게 되죠."

작업의 연장 선상에서 최근 두 번째 사진집과 2004년부터 찍어온 사진 중 부산에서 촬영된 총 28점의 흑백사진으로 <바다와 바람> 전시회를 열었다. 그동안의 여정을 보면 ‘부산’이라는 장소성은 그녀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저는 부산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부산을 떠나본 적이 없습니다. 저를 키운 것은 부산의 바다와 바람이죠. 개인에게 있어 장소는 매우 중요합니다. 부산이라는 장소는 곧 저 자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졌다.

“어느 날 문득, 약사로 지낸 30여 년 동안 햇빛 속에서 한가하니 걸어본 적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제가 맡은 일을 충분히, 그리고 열심히 해냈다고 봅니다. 그래서 올해에는 그 일을 내려놓았습니다. 앞으로 햇빛 속을 천천히 오래 걸으려고 합니다. 빛 속에 가만히 있으면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보이거든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보는 일이 요즘 참 좋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부산의 바람은 어느덧 비가 되어 내리고 있었다. 문득 이경희 작가가 소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의 바다가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낸 그녀는 바람을 타고 이곳저곳 떠다니며 그녀만의 방법으로 세상과 소통할 것이다.

   
▲ 바다와 바람, 이경희.
   
▲ 바다와 바람, 이경희.
   
▲ 바다와 바람, 이경희.
   
▲ 바다와 바람, 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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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사진이 정말 멋있네요^^
(2014-08-07 07: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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